2022.01.13
나는 2년 전 책 <정리하는 뇌>를 샀다. 당시 출간을 위해 <시대에 갇힌 철학자들> 매거진을 연재하고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주최측은 도서구입비를 지원했는데, 할당된 도서지원비를 채우기 위해 구입한 책 중 한 권이 <정리하는 뇌>였다.
보통 도서 지원 비용으로 구입하는 책은 당장 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책장을 채우고 있다가 언젠가 읽을 책,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그때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코스모스>, <총균쇠> 를 함께 구입했다. <총균쇠>는 학부시절부터 소장했다 팔았다를 반복한 책으로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이었다. <코스모스>는 항상 완독 하지 못한 채 읽다 만 책이라 이번에는 끝까지 읽으려고 구입했다. 그렇게 책장을 채울 책을 구입하고 2년이 지났다. 다른 책은 읽었지만 <정리하는 뇌>는 2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인지적 경제성은 중요하지 않은, 세부적인 것들에 뇌가 압도당하지 않도록 사물을 범주화한다. 이러한 범주화와 범주 구조는 우리의 지식수준에 달려있다. 범주화를 통해 뇌 밖으로 정보를 외부화할 때, 우리는 비로소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외부화는 일종의 외주화 개념이다.
저자 표현에 따르면 HSP-대단히 성공한 사람들(HSP, highly succesful Person)-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를 흘려보내지 않고 현재 주어진 일과 시간, 사람에 온전히 집중한다. 그들은 능력 있고 생산적인 비서를 통해 외주화하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범주화와 외주화를 잘해서 HSP가 된 것일 수 있다.
몽상모드는 미래를 상상하거나 계획할 때, 자신을 상황에 투영할 때, 어떤 사람이나 상황에 공감할 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의 상태로 어느 생각도 반응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생각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의식의 흐름처럼 흘러가며 영감이 떠오르고 창의성이 발휘된다.
중앙관리자모드는 일하기 모드로 주어진 과제에 집중해 성과를 창출하는 상태이다. 몽상모드일 때, 생각이 내부로 흐른다면 중앙관리자모드 일 때, 생각은 내부와 외부로 모두 흐른다. 몽상모드와 중앙관리자모드는 정반대로 작동하는 상호 배타적인 상태다. 중앙관리자모드를 작동해야 할 때, 뇌가 정리되어있지 않으면 끊임없이 몽상모드로 돌아가게 된다. 디폴트 모드는 몽상모드이기 때문이다.
주의 필터는 모든 모드에서 작동 중인데, 생존을 위한 경고 시스템의 일종으로 부주의한 상태를 경계한다. 그래서 중요할지도 모를 것을 찾아 끊임없이 감시하고 되뇌이게 한다. 그리고 주의 스위치는 이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옮겨할 수 있도록 주의를 변환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섬엽이 스위치 전환을 통제한다. 스위치가 너무 자주 작동하면 우리는 피곤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해야 할 일을 미루면
주의 필터가 나를 초조하게 만들고
자꾸 되뇌이게 만들어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범주화를 통해 해야 할 일, 미루어도 괜찮은 일, 남에게 외주 할 일, 버릴 일을 정리하면 뇌의 과부하와 초조함을 조정할 수 있다. 스위치가 자주 눌리지 않도록 시간을 관리하고 일을 진행하면 그만큼 생산적인 뇌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초조하게 연초를 보내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 새해가 되고 작년보다 발전한 내가 되어보겠다고 호기로운 계획을 많이 세웠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봐, 연례행사처럼 작심하고 미루고 작년과 똑같은 내가 될까 봐 나는 초조했다. 그저 하루하루를 다짐하고 동기부여하는 것만으로는 나와의 싸움에서 쉽게 이길 것 같지 않았다. 초조함의 근원을 찾고 싶었다. 더이상 내가 나를 배반할까 걱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에 대한 답을 나는 <정리하는 뇌>에서 찾았다. 몇 년을 미루다 다시 집어 든 책에 해답이 있었다니.
미루느라 미루기의 원인을 알지 못했구나. 이런 아이러니 앞에서도 나는 내 초조함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원인불명으로 고통받다 드디어 해결책을 찾은 기분이다.
할 일을 분류해 우선순위를 매기고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뇌에 담아두지 말자. 다른 사람에게 맡길 일은 넘기고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자. 할 일을 적는 행위만으로도 기억 외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는 일이 있다면 직접 쓰면서 뇌를 달래자.
하기 싫은 일, 아직 습관이 되지 않은 일들은 아침에 바로바로 해치워야겠다. 그래서 하루를 좀 더 평온하게, 내 뇌를 덜 불안하게 만들어야겠다.
습관이 되기까지 여전히 초조할지 모른다. 기억을 외부화하고, 해야 할 일을 목록에 정리한다고 해서 이런 불안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인을 알게 되었다고 바로 실천하고 새 삶을 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지금의 나와 싸워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습관이 되면 더 이상 할 일에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하기 싫다, 미루자 이런 것 역시 일종의 감정이다. 습관이 될 때까지 고통스럽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탈을 용납하지 말고 나를 봐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