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만들어지는 시간 21일

-하지만 나는 아직 분투 중이다 2022. 02. 11

by 오름차차

습관이 만들어지는 시간 21일

맥스웰 몰츠(Maxwell Maltz)는 습관이 만들어지는데 최소한 21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행동을 21일간 지속하면 뇌가 그것을 익숙하게 느껴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눈 뜨자마자 브런치 생존기록을 올리겠다는 나의 다짐은 글쎄, 21일이 된 오늘도 여전히 습관이 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일터로 이동해가는 출근시간에 업로드하겠다는 다짐이 9시 업로드로 깨지고, 중간 설 연휴 기간에는 평일이 아닌 연휴라서 쉬었다. 어느 날은 공모주 상장하는 날이라 주식시장을 주시해야 해서 늦게 올리고, 어느 날은 공모전 마감일이라 그 일 하느라 늦게 올렸다. 어느 날은 브런치에 올릴 사진을 찾느라 발행이 늦었다. 맞다. 모두 핑계다.


꾸준히 반복한 행동이 아니라 겨우겨우 마감 채우기 식으로 미루었던 지난날이 포함되어있어서일까. 21일을 채우지 못해 나의 시계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21일을 다시 반복해야 습관이 될 것이다. 디노의 생존기록 매거진을 처음 발행한 날이 1월 19일이다. 역산해보니, 기가 막히게도 어제, 오늘이 마의 21일이다. 어제와 오늘이 가장 큰 고비였다. 하기 싫어서 모니터만 노려보고 있었고 컴퓨터 앞에서도 계속 폰으로 인터넷 서핑만 했다. 어제도 올리기 싫어 예전 글을 찾고 찾다가 지금 내가 읽는 책이라는 주제로 겨우 발행시켰다.


티스토리에 비공개로 올렸던 생존기록은 일종의 세이브 원고 역할을 하는데, 읽어보니 너무 지질하고 처절한 자기반성 혹은 자신감 과잉으로 널을 뛰고 있어 도저히 그대로 브런치에 옮길 수 없다. 결국 세이브 원고가 바닥난 셈이다. 오늘부터 21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나를 위해 부끄럽지만 이를 기록한다.


2월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오늘, 내가 세운 계획은 어디까지 실행되었을까. 다시 책상에 앉아 반성하고 나의 미래를 시각화하며 자포자기하려던 지금의 나를 견딘다.



언제나 브런치 발행 버튼을 냉큼 누른다

주중 매일 브런치를 발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퇴고도 없이 냉큼 발행 버튼을 눌러버린다.

게으름과 미루려는 의지에 지지 않기 위해 맹렬히 싸워야 했다. 퇴고 없이 글을 올려버리는 그 부끄러운 행위를 마치고 나면 브런치 창을 닫고 다른 일로 넘어간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모바일 앱으로 슬쩍 들어와 문장을 읽어본다. 당장 미간이 찌푸려지고 마음이 서늘해지는 비문이 넘쳐난다. 애매한 비문이라면 차라리 덜 창피할 텐데 주술 호응도 안 되는 문장이 보일 때마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이 내 몸 어딘가를 스쳐 지나간다. 내 버릇 고치자고 퇴고 없이 글을 올리다니 이 무슨 정신 나간 행동인가.


얼굴이 화끈거려도 매일의 기록을 발행하는 일을 멈추면, 달라지겠다는 다짐도 끝나버릴까 봐 나는 오늘도 나를 위해 변명하는 마음으로 발행 버튼을 누른다. 발행 직후에 읽는 사람과 몇 시간 뒤에 읽는 사람, 며칠 뒤에 읽는 사람이 동일한 글을 읽었다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나의 분투에 좋아요를 누르며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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