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1
생존기록에 매번 성실하게 사는 법, 꾸준히 하는 힘에 대해 썼다.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 가고 싶은 길이다. 벼락치기 사이클에서 벗어나겠다고 여전히 자신과 싸우고 있지만, 나는 오늘도 벼락치기를 했다. 한 시간 만에 지원사업 사업기획서를 작성해 결국 마감 3분 전에 제출했다. 오늘이 마감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기 싫은 마음과 싸우느라 한 시간을 썼다. 꼭 해야 할까부터 과연 몇 시간 만에 쓸 수 있을까-까지. 그럼에도 타닥타닥 타이핑을 시작했다. 제출하는 게 이기는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 벼락치기는 평소와 달랐다. 남은 시간이 한 시간뿐이었는데, 긴장되지 않았다. 긴장감 없이 기계적으로 작성하고 편집하다 보니 오히려 속도가 더 빨라졌다. 기획안을 하도 여러 번 쓰다 보니 힘주어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보였고 예전에 정리해둔 자료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계산되기 시작했다. 벼락치기를 많이 해서 그런 것일까-그건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다- 쓰면서 오늘 생존기록은 이 이야기를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벼락치기의 성공 여부는 마감 준수가 기준이 된다. 마감이 지나간 자리엔 두 가지만 남는다. 결국 제출했나-제출하지 못했나. 결국 이 글을 쓸 수 있는 건, 마감을 지켰기 때문이다.
-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마음을 비우자
일단 세이프하려면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려면 마감일 제출이 아니라 그전에 제출을 완료했어야 했다. 벼락치기는 철저하게 시간 싸움이다. 일단 하는 게 중요하고 시간 내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제안서 작성을 예를 들었지만, 실제 업무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끝내야 하는 항목을, 채워야 하는 목차를 일단 채우자. 더 잘할 수 있어도 다음에 잘하자.
- 세부과제별 시간을 배분하자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자는 원칙과 연결된다. 하나의 과제에 매몰되어 시간을 배분하지 말자. 항목은 다 채워야 한다. 시작 전에 과제와 남은 시간을 생각해 계산하자. 일단 동일하게 시간을 나누는 평균 배분 방법으로 계산하되, 익숙한 일은 더 짧은 시간을 부여하자. 시간 안에서 또 마감 시간을 잘게 나눠 과제마다 부여하자. 개별 마감이 다가오면 마무리하자. 생각이 안 나면 다음 과제로 넘어가고 다시 돌아오자. 생각 안나는 업무에 흘려보낼 시간이 없다.
- 평소에 자료 관리를 잘하자:
자료 접근의 용이함, 분류와 체계의 중요성
오늘 벼락치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 이미 자료와 서류가 구비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한 시간 동안 타이핑했다지만 이미 있는 자료가 있었기에 기존에 내가 썼던 서류를 바탕으로 편집하다 보니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필수 인증 서류는 배경화면 폴더에 분류해놓았고 각종 아이디어 노트나 이전의 제안서, 관련 업무 자료 등은 클라우드와 이메일 서버에 저장해놓았다. 벼락치기를 많이 하다 보니, 별 일을 다 겪었다. 갑자기 인터넷이 안되고 특정 사이트와 클라우드가 막히는 등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악운이 형벌처럼 몰려온다. 그걸 다 경험하고도 여전히 벼락치기하는 게 가장 어이없지만, 갑작스러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짧은 시간 내 무엇인가를 해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usb에 회사가 다른 이메일과 클라우드에 핵심 자료들을 나누어 보관하는 중이다.
경력과 이력 증명은 자주 요구하니 관련 서류와 이미지 파일, pdf파일을 미리 만들어놓자. 책을 출간한 사람이라면 출간 정보를 이미지 파일로 캡처해 보관하고 관련 서류도 이미지 파일과 pdf파일로 형태를 달리해 저장하자. 진짜 급할 때는 이미지 파일을 pdf로 변환하는 시간도 아까운 경우가 많다.
파일은 폴더별로 정리해두는데, 내 경우 분류 방식에 따라 중복해서 보관하고 있다. 자신만의 폴더 체계를 구축하고 여유로울 때 미리미리 어느 폴더에 어떤 파일이 보관되어있는지 확인하고 불필요한 것은 미리 삭제하자. 내 경우 폴더와 인터넷 북마크 리스트를 다시 정리한 것이 이번에 큰 도움이 되었다.
- 마감 이후: 마감에 실패해도 일단 끝을 맺자.
데드라인이 지나가면 직전까지 분출되던 아드레날린이 갑자기 끊긴다. 결국 세이프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몰려와 바로 그 자리를 떠나고 싶어 진다. 그래도 못 끝낸 그 업무를 계속해서 끝맺음을 하고 저장해 두자. 마감을 놓치고 자리를 박차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마감을 놓쳐도 그냥 계속 썼다. 그렇게 저장해 둔 것들이 올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인풋은 평상시, 꾸준하게
꾸준히 읽고 꾸준히 썼던 것이 돌아오는 경험을 했다. 오늘도 그랬지만 1월 마지막 날, sf 단편소설을 초치기하며 다시 절감했다. 소설을 매일 읽다 보니 소설을 쓸 때, 손이 계속 타이핑을 이어갔다. 끊기지 않는 글과 아이디어는 인풋에서 나온 것이었다.
벼락치기는 되도록 피하자. 갑자기 알게 된 기회를 잡고자 짧은 시간 내 도전해야 한다면 벼락치기든 무엇이든 해야겠지만, 벼락치기는 복불복이다. 오늘 성공했어도 다음에는 실패할 수 있다. 자신을 게임으로 몰아넣지 말자. 다짐을 위해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