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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Mar 18. 2022

글에는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

작가에게 필요한 것, 편집자 그리고 합평 2022.03.18

작가에게 필요한 타인의 시선, 편집자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세 가지 역할을 했다. 총괄기획자 겸 출판사 대표, 편집자, 글작가. 그때 확실히 깨달았다. 글에는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세계를 창작하는 작가는 그것을 한 없이 펼친다. 창작 단계에는 굳이 세계를 접어내고 미리 경계를 그어 놓으면 안 된다. 자유로울수록, 경계가 없을수록 세계는 커지고 풍부해진다. 하지만 나 혼자 보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출간해 세상에 내 보일 글이라면 약속된 지면과 형식 안에 그 세계를 집어넣어야 한다.


<취존공주>를 쓰며 흘러넘치게 상상했다. 아예 지도를 그려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 취존공주가 사는 나라의 지형과 기후뿐 아니라 여행경로, 이동 중 마주한 지리적 특성과 기후 등을 상상했다. -<취존공주> 단독 출간판 뒷면지로 공개될 예정이다-


ⓒ <취존공주>, 오름차자 & 오월의 얼굴. 세계관 지도, 여왕의 길 -그림작가에게 콘티를 공유하기 위해 지도제작 사이트에서 만들었다.


나는 <취존공주>를 쓰며 13 스프레드 26페이지에 담기지 않을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상상했다. 전사와 후사가 있었고, 그림책 사이사이 점프하는 그 시공간에도 촘촘하게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었다.


<취존공주>의 편집자는 그것을 슬기롭게 접어냈다. 덜어내야 할 것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명확하게 입장을 표했다. 에세이가 아닌 문학 장르 출간을 처음이라 편집자의 존재를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인문교양 도서의 편집자와는 다른 역할이었지만 어느 글이든 세상에 나와 소비되는 글은 편집자가 필요하다.




작가에게 필요한 타인의 시선, 합평

<생존기록>에 작성했듯, 공모전 당선자들, 유명 작가는 당선소감과 인터뷰를 통해 감사 인사를 남긴다. 그 작가의 작품을 합평 한 문우, 동료 작가 지망생들은 어디에 모여있을까. 문우와 선생님 어디서 만날 수 있는 걸까.


당선작의 작가 소감에서 감사인사를 읽을 때, 그들에게 잠시 호기심이 생겼지만 이내 잊어버렸다. 당시 나는 내가 쓴 글을 세상에 내보내겠다는 욕망을 온전히 인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굳이 합평과 글쓰기 강의를 알아보지 않았다. 소비되는 스토리를 세상에 내보내겠다고  문화콘텐츠를 진지하게 다짐한 것은 작년 말부터다. 그때부터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몇 년 전에 가입한 작가카페에 매일 올라오는 글쓰기 강연, 스터디, 합평 모집 글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모집글을 보고 강의를 신청해 요즘 2주에 한 번, 토요일마다 수강 중이다. 함께 수업을 듣는 다른 수강생의 글을 리뷰하고, 리뷰받을 내 글을 쓰며 다시 깨달았다. 글에는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예전에도 책을 쓰며 공저자와 윤독하며 합평을 진행했고 그림책 작업을 할 때에도 두 차례 그림 콘티 합평과 초고 합평을 했다. 이미 확정된 프로젝트에서  공동작가와 합평하는 것과 데뷔를 위해 각기 다른 글을 쓰고 있는 문우에게 리뷰를 받는 것은 달랐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시선

독자 혹은 시청자로 작품을 여러 차례 리뷰했지만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시선이었다. 생산자의 시선으로 진행하는 모니터링과 리뷰는 감상자의 시선과 달랐다. 주제, 이야기 구조, 캐릭터, 결말 등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총평을 마지막에 작성했다. 이렇게 단련해가며, 이전에 봤던 다른 작품도 복기하는 중이다. 내가 놓은 수가 아니라 프로가 놓은 수를 복기하며,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시선을 기르는 중이다.


-다른 생산자의 시선

드디어 내일, 내 글도 합평을 진행한다. 아직, 다른 수강생이 미리 업로드한 리뷰를 읽지 못했지만 벌써 기대된다. 내가 가장 약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누가 봐도 그렇게 보일 것이다. 슬쩍 넘어가려던 부분, 여전히 고민하는 지점에 대한 비판과 예상하지 못한 분석이 준비되어있을 것이다.



글에는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 타인의 시선이 내 글을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
결국  글을 세상으로 내보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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