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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Apr 05. 2022

다시 쓰는 코로나 일기

2022.04.05

가족의 코로나 확진 소식에 차를 돌렸다. 집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서로의 동선을 피하며 반나절을 보냈다. 마치 시험을 보는 기분이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블루가 몇 차례 지나갔지만 지난 열흘 동안 지인들의 확진 소식을 연달아 전해 들으며 한계치에 다다른 기분이었다. 매일 동기부여 영상을 보고 책을 읽으며 그래도 일상을 지키려고, 나와의 약속을 해내려고 꾹꾹 나를 눌러왔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고 핑계를 대지 않으려고 분투했다. 출판 프로젝트의 공동저자가 몇 주 동안 마감을 지키지 않는다. 몇 차례 독촉을 하며 출판사에는 내가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다. 작가에게 계약서를 발송하려는데 해당 지역 집배원의 코로나 확진으로 우체국에서 그 지역에 대한 우편 접수를 중단했다. 


꾸역꾸역 하루를 채워나갔는데, 이래도 네가 해낼 수 있을까-하는 누군가의 시험에 걸려든 기분이다. 배우고 익히고 습득하고 실천해나갔던 모든 동기부여 팁을 처음부터 시도 중이다. 작은 승리라도 이뤄보겠다고 마지막 둑마저 무너뜨리면 안 된다고 꾸역꾸역 하얀 화면에 활자를 밀어 넣는다. 



어제 쓴 <생존기록>을 다시 읽어보았다. 가족이 확진되다 보니 감정적인 일기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토니 로빈스의 영상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감정습관을 천천히 다시 만들었다. 내 감정과 그로인한 결과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심야 감성으로 충만한 내 글을 다시 읽고 나니 부끄러워졌다. 


생존기록은 내 분투의 기록이자 에세이지만, 부정적인 내용으로만 가득한 글을 이곳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쓰는 코로나 일기로 다시 엔딩을 맺었다. 


코로나로 내가 확진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힘들어할 수 있다. 이 시국을 마주한 사람은 나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의 감정을 책임지며 살아가고 있다. 심야 감성에 빠져 이제까지 쌓아 놓은 것을 무너뜨리지 말고 이제껏 훈련하고 습득한 긍정의 감정습관을 다시 불러오자. 


우리는 다시 일어나 이 시국을 살아갈 수 있다. 다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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