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3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멘토와 강사의 조언을 들으면 일단 시도해 본다는 것이다. 비판하지 않고 핑계 대지 않고 일단 그 말을 따랐다. 조언을 읽거나 듣거나, 시청하거나 그것을 바로 실행하기 어려웠지만 꾸준히 하는 것은 그 보다 더 어려웠다.
성공한 사람들이 노하우와 성공비법을 이야기하면서 함께 하는 말이 있다. 어차피 이것을 실행하고 실천할 사람은 몇 안 된다고... 꾸준히만 해도, 버티기만 해도 일단 상위 15% 안에는 들 수 있다고 한다. 그다음 단계부터 각자의 재능과 역량, 간절함, 더 진득한 성실함으로 다시 나뉘게 된다. 누구나 버티면 일단 상위 15% 안에는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꾸준히 하는 상위 15% 안에 들어보겠다고 작법 강사가 해준 조언을 따라 하는 중이다. 그는 해당 분야의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5편 이상의 손필사가 기본이라고 했다. 2주 전 토요일 오후, 그 말을 듣는 순간 당장 시작하겠다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자 손에 편한 새 펜이 필요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서재 책상에 펜이 넘쳐나지만 새로운 펜이 필요하다는 그 핑계로 며칠을 흘려보냈다. 계약서를 발송하기 위해 우체국 다녀오며 결국 펜을 사 왔다. 스스로에게 어떤 핑계도 만들지 않으려고 다양한 펜을 여러 개 구입했다.
그리고 필사할 원고를 찾느라 하루를 흘려보내고. 급하게 마감해야 하는 업무가 있어 또 핑계를 댔다. 더 이상 변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하루 루틴을 바꿔 이번 주 월요일 오전부터 필사를 시작했다. 필사하며 3페이지가 넘어가자 바로 회의감이 들었다. 노트북에 타이핑하며 원고를 쓰는 시대에 과연 손필사가 필요할까? 손으로 쓰면서 머릿속에서는 회의와 의심, 순응의 사이클이 몇 차례나 돌아갔다.
손이 아픈 고통의 시간이 되면 생각이 많아졌다. 진지하게, 내가 펜을 쥐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손가락과 손목, 팔까지 힘을 꽉 준 채 원고를 따라 쓰려니 현기증이 이는 것 같았다.
순응의 시간이 찾아오면 이성이 나를 설득했다. 일단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상위 15% 안에는 들 것이라고... 선생님은 오랫동안 강의를 하며 수많은 지망생을 봤을 것이다. 이 강의를 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현업에 있다. 의심하면 안 된다. 나는 일단 15% 안에 들어야 한다.
사이클을 몇 차례 경험하니 뒤로 갈수록 순응의 구간이 길어졌다. 그러면서 다시 의욕적으로 과제 목표를 상향 설정했다. 손에 익은 다음에는 손필사 5편을 하고 타이핑필사 3편을 한 뒤 다음 영상필사 5편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굳이 여기에 이런 것까지 다 쓰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그 일을 실제로 하기 위해. 버티기 위해. 나는 어딘가에 공개적으로 하겠다고 다짐해야 그 일을 한다. 어쩌겠는가. 성실하지 못한 나를 어르고 달래 가며 어쨌든 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여기에 글을 써야 한다. 아무도 나에게 했냐고 묻지 않겠지만 이곳에 쓰고 나면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눈물이 고인채 하기는 했다. 아직도 손목이 시큰하다. 아직 한 편도 필사를 마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5편의 손필사를 마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