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5
세이브 원고가 없는 삶이란 비상금과 보조배터리 없이 사는 것과 같았다.
딱 하루치의 아이디어와 체력, 시간을 확보해 매일 돌을 굴리고 다시 올리는 라이프스타일. 말이 좋아 라이프스타일이지 매일 벼락치기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평범한 보통의 하루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있고 당장 처리해야 하는 우선순위가 더 높은 일들도 있다. 특히 마감을 앞두고 밤을 새운 당일 혹은 그다음 날에도 돌을 다시 굴리고 짊어지고 올려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애초에 용량이 큰 배터리이거나 현금흐름이 좋은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런 사람도 비상금과 비상 용량은 어딘가 모아 두고 산다. 나는 용량을 키우려고만 하고 보조배터리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꾸 체력을 기르고 시간관리 능력, 하루에 많이 쓰는 능력만 기르려 하지 말고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하자. 미리 여분의 원고를 써두면 될 일이다.
밤새고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 당일 원고를 쓰다 모니터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세이브 원고가 있어야 프로다
-내일의 나를 믿지 말고, 내일의 내가 기댈 수 있는 오늘의 내가 되자.
-보통의 하루가 아닌, 힘든 하루를 보낼 나를 구원하는 건 그 무엇도 아닌 세이브 원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