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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May 02. 2022

마지막 문장을 읽는 유일한 방법

이상한 북클럽 이야기 2022.05.02

쪼개서 꾸준히 읽으면  읽을 책이 없다고 하자 친구들각자의 독서를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분투를 시작했다. 서로  같이 아는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경쟁적으로 책을 읽었다. 얼굴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독서클럽이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는 <코스모스>, 다른 친구는 <율리시즈>, 후배는 <파우스트> <신곡>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특정 부분에 이르면 결국 덮게 되는 책이 있다고 했다. 각자  이상한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기 위해 매일 글자를 읽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그저 하루 한 페이지라도 꾸준히 읽는 것 말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해가 되지 않든 눈에 들어오지 않든, 그들은 계속 전진해 나갔다. 너무 힘든 날은 딱 한 줄을 읽었다고 한다. 묵독을 하다 보니 계속 같은 단락에서 헤매서 소리 내 또박또박 읽은 친구도 있었다.



나를 통해 각자의 진행상황을 확인했는데, 지난주에 <코스모스>와 <신곡>을 완독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신곡>을 읽은 후배는 번역가의 각주를 읽으며 본문을 읽기 어려워 각주를 읽지 않고 일단 1독 을 마쳤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각주와 함께 다시 2 회독을 시작했다. 책의 뒷페이지에서 본문을 왔다 갔다 하기 번거로워 도서관에서 같은 책을 빌려와 각주용 책과 본문용 책을 두권 놓고 보는 중이라고 한다. <율리시즈>를 읽고 있는 친구는 그 소식에 꽤 좌절했지만, 그 마음을 익히 아는지라 다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도 책장에 꽂아놓고 읽지 않던 책들을 쪼개 읽으며 그들과 함께 했다. 이 이상한 독서클럽을 진행하며 다시 경험한 것은 쪼개서 꾸준히 하면 끝내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십몇년 동안 포기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친구도 같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독서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조금씩 꾸준히 하면 못 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친구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조금씩 쪼개서 썼다. 잘 써지는 날은 몇 페이지를 쓰고 아닌 날은 한 문장이라도 쓰고 있다.



가고 싶은 곳, 그 끝에 도착하는 방법은 유일하다.

잠시 멈추더라도 계속 이동하는 것.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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