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구미코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속 주인공 조제에게 흠뻑 빠져든 나머지 자신의 이름을 ‘조제’라고 명명한다. 조제는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의 속편인 「신기한 구름」을 읽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휠체어 바퀴를 움직여 줄 사람이 있을 때만 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주워 온 헌 책과 교과서로 세상을 읽는 조제는 또 누군가 「신기한 구름」을 버리길 바랄 뿐이다.
츠네오를 만난 조제는 오후의 산책을 처음 했고, 오후의 구름을 처음 보았다. “저 구름도 집으로 가지고 가고 싶어.”라고 무심하게 말하는 조제. 처음 본 오후의 구름처럼 사랑도 곧 잃어버리게 될 것을 예감했던 걸까. 오늘의 구름은 순간의 황홀이고, 다시 오지 않을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츠네오가 길을 걷다 털썩 주저앉아 우는 장면이다. 여자 친구는 따뜻한 우동을 먹자고 제안했고, 우동 집이 문을 닫았다면 직접 만들어주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츠네오는 ‘우동’이라는 따뜻한 음식에서 조제가 해주던 계란말이가 생각났던 걸까. ‘담백한 이별이었다’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츠네오의 고백은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사랑도 같은 방식으로 이별할 수 없다. 내일이면 사라질 오늘의 구름처럼, 사랑의 감정이 흘러가는 형태를 담담하게 지켜보는 사랑도 있는 것이다.
2025. 11. 23. 방송
전주 MBC FM 99.1 MHz, <블루 레코드>방송. 일요일 오후 6시 30분.
<러브레터>라는 코너를 통해 강윤미 시인이 쓴 짧은 에세이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