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합평하던 작은 모임이 있었다. 대학 시절 이야기다. 우리는 각자 써 온 시를 읽고 감상을 나누었다. 나는 나쁜 시를 이야기하지 않고, 좋은 시를 이야기하는 편이었다. 뾰족한 말을 내뱉지 않아도 되고, 격려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내게 좋은 사람으로 남았다. 좋아하는 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것만으로 그들은 좋은 사람으로 머물기 충분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지금은 나 혼자 시를 쓰고 있다. 혼자 쓰고 있으므로 좋은 사람들 대신 좋은 시들만 곁에 남았다. 온전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시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을 이제는 상상할 수 없다. 시를 읽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를 쓰던 친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라는 시를 쓴 적이 있다. 시를 쓰던 마음은 누군가의 마음 바깥에서 헤매고 있을까.
고요한 숲을 찬찬히 걷는다. 깊이 들어가면 새소리가 들리고 벌레들의 움직임이 눈에 담긴다. 외따롭게 피어있는 꽃이 사랑스럽고, 흐르는 물소리의 ‘흐르는 소리’가 새롭게 다가온다. 온몸으로 모든 감각을 받아들일 때 들리는 소리, 보게 되는 것들, 맡게 되는 냄새가 시를 쓰는 사람만이 갖고 있는 존재 의식 같은 것일지 모른다. 그림책 <새의 심장>에는 시인을 찾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공원 벤치에 앉는다. 가을이 오기를 기다린다. 모든 것이 가을빛으로 물들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시인들이 시를 쓰려고 벤치로 모여들 것이다.”
시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을 나는 비밀처럼 품고 살아간다. 비밀은 시를 사랑하는 누군가를 발견하게 되면 들킬 예정이다. 즐거운 그 순간을 위해 기꺼이 시 한 줄을 잡고 늘어진다.
2025. 11. 30 방송.
전주 MBC FM 99.1 MHz, <블루 레코드>방송. 일요일 오후 6시.
<러브레터>라는 코너를 통해 강윤미 시인이 쓴 짧은 에세이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