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게세에서 읽는 시 2

by 강윤미
새.jpg 그림 JAB KIM






강윤미



작은 발처럼 보였다

웅크리지 않기 위해 웅크리고 있었다


날개가 되지 못한 뼈들이 바닥에 가 닿지 않으려고 다리를 잘랐다


한 쌍의 새를 가지려면 한 항아리의 눈물을 쏟아야 한다*


공중에서 흘리는 눈물은 무엇이라도 무겁다


물통을 머리에 이고 능선을 내려오던 새는 고통의 보폭을 온몸으로 꽁꽁 동여맨다


감추면 감출수록 드러나는 작은 발


발은 허공에 박혀 계절의 숨을 잇지 못했지만


걸음은 몸에 섞이고, 바람에 휘어들고, 구름과 비와 안개에 스민다


새가 제 몸속으로 발을 빠트리며 갈 길 없이 날고 있다




* 중국 전족의 속담 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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