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순

보르게세에서 읽는 시 4

by 강윤미
멜순.jpg 그림 JAB KIM





멜순



강윤미




길섶 가시덤불 속에서

용케도 멜순을 찾아내시는 어머니


재잘거리는 내 눈이 서운할까

마주치시는 것도 잊지 않고

말에 간간이 추임새를 넣어주면서도

그녀의 등허리는 보이지 않는 그것을 향해 있다


두 눈 부릅뜨고 그녀의 눈길을 따라가 보지만,

내 눈에는 엉킨 실타래같은

가시덩굴 뿐


선밀 나물은 나를 피해 요리조리 숨어 있다가

어머니가 부르면 얼른 달려와 다소곳이 앉는다

그 부름으로 환해지는 산보길


멜순도 허겁지겁 봄을 불러와 꽃을 피운다

내 입에서 나오는 선밀 나물과 어머니의 멜순

길바닥에서 엉켜 뒹구는 그 말들을 모아

어머니는 버무리신다

데쳐도 향기는 손끝에 남고,


어머니 몸엔 멜순향 나는 파스가 숨어 있다



*멜순: 선밀나물의 제주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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