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윈도우라고 불러드리죠

당신 다음엔 무엇 7

by 강윤미
기꺼이 윈도우라고 불러드리죠.jpg 그림 JAB KIM




기꺼이 window*라고 불러드리죠




강윤미




wind


윈드, 얼굴을 상상해봅니다 당신은 지구의 반대편에서부터 나를 향해 달려왔지요 이 저녁 가장 낮게 매달려 있는 나뭇잎인 나를 안아주러 말이죠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당신은 곰보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알고 보면 별은 손가락에 침을 묻혀 뚫어놓은 구멍이지요 돌담의 틈 사이로 고개 내밀면 수평선이 놓아버린 당신이 나의 늑골까지 들어찼어요 풍경의 어깨에 기대 한갓진 오후를 보내는 유채꽃 같은 열여덟이 피어났지요 허리춤까지 오는 꽃밭으로 사내들이 불러내는 봄, 그들과 입맞춤할 때면 가슴이 부풀어 올랐어요 가슴이 커졌으면, 하고 바라던 그때 가슴과 브라 사이로 손이 들어왔다 나갔죠 사내들은 한 줌 모래 같은 당신의 얼굴만 만지다 떠나갔어요


eye


아이, 당신의 일부는 바람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구름이 깜박일 때마다 전생에 흘려놓은 점액질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죠 당신은 눈꺼풀을 열고 닫는 것보다 풍경 안으로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을 두려워하죠 바람이 모는 기차를 타고 산을 오르고 바닷물에 손을 담그는 당신, 세계는 눈을 감아버리면 죽어버리니까요 보는 족족 액자가 생겨요 필름 없는 폴라로이드의 침묵이 환해졌다 멈추는 순간 나타나는 마음, 당신이 참았다가 내뱉는 고백은 깨지지 않는 절정이라고 느껴도 될까요 섬으로 가던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네요 백만 번째 액자 속에는 늙지 않은 손들이 내가 잃은 시간을 쥐고 있어요 바람의 눈동자가 빨려 들어가지 않게 나는 커튼을 굳게 닫아야겠어요




* 창문 window는 고대 스칸디나비아의 말인 wind-eye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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