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두고 온 신발 한 짝

당신 다음엔 무엇 10

by 강윤미
교토에 두고 온 신발 한 짝.jpg 그림 metaphor





아이가 네 살의 걸음을 걷기 시작한 그해 겨울, 우리는 일본 오사카로 갔다. 첫날은 숙소 근처에 있던 마트에 파는 도시락으로 배를 채우고 좁은 방 한 개의 침대에 셋이 딱 붙어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교토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청수사에 갈 예정이었다. 교토에 도착해서 버스를 탔다. 버스에는 꽤 많은 사람이 있었고 우리는 잠자코 손잡이를 잡고 흔들리며 서 있었다. 네 살 딸아이는 아빠에게 안겨 있었다. 한참 달리던 버스에서 외워 뒀던 버스 정류장을 알리는 일본어가 흘러나왔다. 우리는 서둘러 버스를 빠져나왔다.


만원 버스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느낌도 잠시, 아이의 한쪽 발이 휑하니 양말만 신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버스에서 내릴 때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아빠의 품에 안겨 있던 아이의 부츠 한 짝이 벗겨진 것이다. 겨울바람이 제법 겨울같이 불어오던 오후였다.


우리는 청수사를 가기 위해 교토에 왔다는 사실도 잊은 채 골목골목을 무작정 걸어 다니며 신발가게를 찾아다녔다. 골목에는 예쁜 도자기 접시와 장식품을 파는 가게들뿐이었다. 신발이 아니었다면 멈춰서 찬찬히 들여다봤을 고상하고 이국적인 물건들이 가득했다.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고 저녁을 몰고 올 어둠이 손끝에 느껴졌다. 결국 신발 가게를 찾지 못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오사카로 향했다. 오사카역에서 돈가스와 우동을 먹고 둘러보니 백화점이 보여서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어린이 전용 매장으로 올라가니 운동화를 세일하고 있었다. 드디어 분홍색 털이 안쪽을 감싸고 있는 회색 운동화를 아이 발에 신길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그제야 주변을 들여다볼 안도를 되찾았다. 눈, 코, 입 스티커를 다양한 얼굴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 북을 아이 손에 쥐여 주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목조목 이목구비를 만들고 뒤죽박죽 표정을 붙이는 아이. 오늘 하루의 낯빛이 꼭 그러했을 것이다.


한 짝만 집으로 돌아온 갈색 부츠와 회색 운동화 한 켤레는 상자 안에 담겨 아직 다용도실에 있다. 아이의 발은 몸에 꼭 맞았던 지난 기억은 잃어버렸지만 나는 교토에 남은 부츠의 행방이 궁금해져서 그곳이 생각날 때가 있다. 언젠간 그곳으로 나는 갈 것이다.


아이는 무수히 많은 신발을 배신하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작았던 아이의 발은 어느 시간이 신고 도망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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