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다음엔 무엇 23
지금 사는 도시에서의 삶을 그 집에서부터 시작했다. 그 집에 살 때 잠깐 일을 했고 결혼을 했다. 두 아이를 낳았다.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들은 것도 남편이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그곳에서였다. 아이들이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처음 가본 생애 최초의 집도 그곳이었다.
3년 전에 우리는 다른 동네로 이사 왔다. 같은 지역이므로 못 갈 만큼 멀지도 않은데, 근처에 볼일이 있지 않으면 특별히 갈 일이 없다. 이따금 주말에 갈 곳이 특별히 생각나지 않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워할 때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십 년을 산 동네여서 새로 생긴 가게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가 눈에 바로 들어온다. 아직 있는 가게는 아직 있어서 반갑고 새로 생긴 가게는 새로 생겨서 반갑다. 킥보드를 타고 저수지 한 바퀴를 돌고, 유모차를 끌고 자주 산책 했던 공원에도 간다. 공원 옆에는 큰아이가 다녔던 유치원이 있다. 아이는 유치원 운동장이 생각보다 작다고 놀라워한다. 아이의 시선은 동네를 벗어난 만큼 자라 있다. 아이가 다녔던 피아노 학원도 잘 있는지 슬쩍 보고 온다. 계속 살았다면 다닐 뻔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도 간다. 큰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고 작은 아이가 유모차에 앉아 있을 때 자주 갔던 문구점이 변함없이 그 곳에 있어서 아이들은 즐겁다. 우리는 이 동네에 계속 살았던 것처럼 문구점에서 무언가를 사고 나온다.
출출해지면 단골 보쌈가게에 포장 주문 전화를 건다. 보쌈가게 청년은 우리가 이사 한 후에도 근처에 오게 되면 사고 가는 보쌈 가게임을 아주 자랑스러워한다. 나는 체인점이지만 이사 한 동네에 있는 보쌈의 양과 김치의 양념이 만족스럽지 않아 늘 이곳만 한 곳이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청년은 우리가 잊지 않고 들르는 가게라서 행복한 표정이다. 이곳 보쌈김치를 특히 좋아하는 큰딸과 나는 집에 가서 먹을 생각에 행복하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십 년을 살았던 아파트 창문의 안부를 확인한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작은 아이였을 때 살았던 작은 집. 아이들은 살았던 곳이라 반가워 창문을 바라보지만, 나는 그곳에서 유난히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생각나 몇 번째 창문이 우리 집이었는지 부러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