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게세에서 읽는 시 9
강윤미
커다란 공을 터뜨리면 공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공은 말랑말랑하고 유연하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 안으로는 굴러갈 수 없었다
공의 피부에 바짝 귀를 갖다 대자 중얼거렸다
중얼거렸다는 것은 내 착각
내가 공의 마음을 알고 싶었고 그렇게 들렸다
공은 각진 것을 잊는 대신 마음을 잃어버렸다
모든 것은 누군가의 발에서 시작된 일
공은 누군가의 발에서 자유롭고
비로소 정체성을 찾았으며
공답게 굴러갈 수 있었다
공은 그대론데 사람들은 공이 더 이상 굴러가지 않길 기도했다
적어도 운동장이나 풀밭이 아닌 곳에서는
굴러갈 때까지 구르다 보면 난감해지고
사람은 구르기 좋은 몸을 가진 동물이 아니니까 여기저기 각이 나 있고
뿔 같은 날카로운 마음이 금방 돋아나니까
어린 시절 개는 꼬리를 말아 올렸다
섬은 동그란 공 같고
개가 공 같은 섬을 찬다
이제 섬은 누구도 가지 못할 곳으로 가버렸다 다행이다
개만 내 곁에 있으면 되니까
개의 뾰족한 이빨을 나 혼자 아름답다 여겨도 되니까
바닥의 처음과 끝을 핥으며 공은 다시 공으로 돌아온다
공의 냄새를 맡느라 개가 침을 흘린다
개는 침을 흘렸고 나는
파도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