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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미 Aug 01. 2021

오늘의 구름



  토마토 모종을 사서 베란다에 심었다. 추운 겨울을 통과하지 못한 상추의 자리는 비었고, 나는 그 자리가 종종 마음에 걸렸다. 큰딸아이가 좋아하는 토마토를 몇 개라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모종을 심어보기로 했다. 온라인 주문을 하니 며칠 후에 토마토 모종 세 개가 도착했다. 갓 태어난 아기 모종을 상추가 있던 자리에 심어봤다. 그것은 사소한 출발이었다. 빨래를 널면서 매일매일 들여다보는 ‘상추 있던 자리에 생겨난 토마토 모종’. 그것은 사소하지 않은 출발이었다. 토마토는 토마토의 계절이 됐다는 듯 쑥쑥 자라났다. 10센티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모종은 이제 우리 집 딸아이들의 키를 넘어섰다. 딸들의 언니가 됐다. 그런데 토마토를 좋아하는 큰딸아이는 꽃만 피고 토마토 열매가 생겨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나는 농구선수라도 되기로 결심한 듯, 천장 쪽으로 자라나는 토마토의 마음이 궁금하다. 지지대를 세워주니 꼿꼿하게 모델처럼 서 있는 토마토를, 나는 빨래를 널 때마다 흠칫 놀라며 쳐다본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리, 토마토가 천장에 닿는 날 파티를 해주자. 우리 집 천장에 닿았던 건 토마토가 처음이니까.” 큰딸아이가 토마토가 열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쉬워하며 궁금해하니, 아홉 살 둘째 딸이 말한다. “토마토는 식물이 되기로 했나 봐.” 맞다. 토마토는 열매 없이도 당당한 식물이 되고 싶었나 보다. 몬스테라, 벵갈고무나무처럼 그냥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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