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온 택배에 인형 2개가 들어있었다. 어떤 동물인지 한눈에 판별이 가지 않아서 나는 순간 ‘정체불명 인형’이네. 라고 해버렸고, 그대로 ‘정체’와 ‘불명’이 되었다. 처음엔 촌스럽기도 하고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 그 인형들이 사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에 인형들이 워낙 많아서 안 그래도 안 쓰는 인형들은 정리하자고 늘 잔소리를 달고 살던 터였다. 인형들이 만들어놓은 인형산 위에 또 얹어지겠구나, 한숨이 났다. 시장에서 장보다 육지에 있는 손녀들이 생각나 샀을 인형. 이왕 살 걸 좀 더 이쁘고 좀 더 세련된 걸 사지, 왜 이런 걸 사서 무턱대고 택배 상자에 넣고 바다를 건너게 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인형들에게 우리 여자 셋은 정들고 말았다. 딸들은 옆에 하나씩 두고 잠을 청하고, 나는 정체야, 불명아 부르다 보니 어느새 스며들었다. 딸들은 이제 다른 인형은 생각하지 못하겠다고 했고 나는 어떤 동물인지 딱히 정할 수 없는 그들의 외모에 남다른 비범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이들은 인형 둘을 거꾸로 세워 놓았다. 그런데 아주 오랫동안 아주 안정적인 자세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웃음이 났다. 오늘은 집 정리를 하다가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입었던 우주복과 원피스를 꺼내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들의 옷 몇 개쯤은 보관하고 싶어서 침대 밑에 두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정체불명에게 딱인데!” 그러면서 원피스와 우주복을 입힌다. 정체불명이 정말 잘 어울려서 웃음이 났고, 그 옷을 입었던 아이들이 이렇게나 잘 자라줘서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