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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미 Aug 19. 2021

오늘의 구름



   바느질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단추가 떨어지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바늘을 들 일이 거의 없다. 내가 아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알 길 없이 부족함 많은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 아는 만큼 바느질을 큰아이에게 알려주었다. 손으로 하는 것이라면 뭐든 체험해보고 싶어 하는 아이가 늘 바느질을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안 입는 옷, 헌 옷, 작아진 아이들의 옷들을 잘라 아이는 인형 옷을 만들고 인형 가방도 만든다. 아이에게 바느질을 제대로 배우게 해주고 싶어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해놓고 어느 토요일 오후에 바느질 공방에 갔다. 아이가 선택한 것은 책상 위나 서랍 안에 넣고 소품 등을 담을 수 있는 뚜껑 없는 상자였다. 근처 카페에서 책을 보고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그리고 4시간 30분이 지난 저녁이 되어서야 아이의 작품이 완성되었다고 선생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공방으로 가니 아이는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천을 고르고 엄마에게서 배우지 못한 새로운 매듭법과 바느질 방법으로 소품 상자를 만들었다. “어른도 이렇게 긴 시간 앉아서 하기 힘든데.” 하며 아이를 칭찬하는 선생님. 나는 아이의 집념이 사랑스러웠다. 여분의 천을 선생님이 챙겨 주셨고, 아이는 집에 와서 순서를 더듬으며 동생 줄 소품 상자를 하나 더 만들었다. “화장실 안 가고 싶었어?” 물으니 아이는 “이상하게 그 생각은 안 났어. 지금도 그래.” 하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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