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1: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세상에 내놓은 건 단 한 줄일지라도, 그 안에는 무수한 선택과 망설임이 치열하게 섞여 있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첫 부분에는 엄마가 실종된 후, 전단지를 만들며 사례금을 얼마로 적을지 고민하는 대목이 나온다.
요즘 내 삶이 딱 그렇다. 휴직 후 남편은 직장으로, 큰아이는 대학으로, 작은아이는 기숙사에 있어 내 시간이 많아졌다. 아침 출근길 배웅 후 집 정리를 마치면 오전이 다 가지만, 점심부터 저녁 식사 전까지는 오롯이 내 시간이다. 그런데도 굳이 '나만의 시간'을 갖겠다며 혼자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
3월에는 꼭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아 여행지를 정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국내로, 그리고 늘 행복을 주는 '제주'로 선택했다.
여기까지는 완벽하고 심플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숙소를 결정하기 위해 평소 동경하던 '한 달 살기' 카페를 검색해 가입했다.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벌써 정보를 나누며 한달살이를 하고, 관련 일을 하고 살고 있었다니...
막연하게 꿈만 꾸던 일을 남들은 이미 일상처럼 해내고 있었다는 사실에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가입하자마자 쪽지와 댓글이 쏟아졌다. 골라 읽는 데만 한참이 걸렸지만, 참 즐거운 일이었다.
'혼자 있을 거니 안전할 것, 감성적일 것, 시설은 양호하되 가격은 착할 것….' 까다로운 조건 속에 기웃거리다 누군가의 취소로 나온 듯한 할인된 가격의 숙소를 발견했다.
숙소에 맞춰 내 일정을 조정하는 이 여유로움이 참 좋았다.
하지만 남편은 장기 투숙인데 더 저렴한 곳은 없느냐며 지나가듯 툭 던지는데 그게 참 얄미웠다.
그래도 참고 나는 이미 지인들에게 제주행을 선언했으니, 이 여행은 무조건 가야 한다.
그러다 함께 일했던 지인의 부고가 들려왔다.
나보다 선배이고 54세, 너무 젊은 나이다. 영정 사진의 그녀는 너무 젊고 편해보인다.
50세의 그녀는 자꾸 옆구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된다고 했지만, 바쁘고 일이 많다며 병원 가기를 미뤘었다.
연이어 두 건의 부고가 더 전해졌다.
장례식장에 다녀온 직후, 나는 숙소를 결제하고 5월 프랑스행 비행기 표까지 끊어버렸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사, 건강할 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정을 확정 짓는 데는 둘째 아이의 기숙사 외출도 큰 변수였다.
3월 20일에 나와서 23일에 들어가야 한다는데, 그때부터 머릿속 복잡한 시뮬레이션이 시작됐다.
아이는 모르겠지만 나 혼자 일정속에 넣어다 뺐다를 반복하였다.
21일에 중국 출장을 가시는 친정 아버지로 인해 혼자 계실 엄마도 함께 여행하면 어떨까 고려하니 선택지는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졌다.
답은 간단했다. 아이는 집에서 쉬며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엄마도 아빠가 안 계신데 집을 비우기 부담스럽다며 거절하셨다.
그 뒤로 다섯 번 정도 더 물었지만 확실하게 거절하셨다.
내 고민은 말 그대로 '사서 하는 고민'이었던 셈이다.
결국 내 비행기 표는 3월 23일 저녁으로 최종 결정됐다.
숙소 예약 상황에 맞춰 돌아오는 날은 4월 3일로 정해졌다.
한 달 살기는 아니어도 이 정도면 만족스러웠다.
혼자 떠나는 게 약간 미안해지려 했는데, 남편과 큰아이가 3월 26일 퇴근 후 제주로 합류해 30일에 돌아가기로 했다. 심지어 JY 언니가 합류하면서 여행은 4월 8일로 연장됐다.
그리고 3월 31일부터 4월 8일 여행은 언니 3명이 합류하여 어느새 4명 규모의 '팀 여행'이 되었다.
렌터카 예약도 선택의 연속이었다.
제주를 사랑하고, 최소 일 년에 30일 이상은 그곳에 머무는 JR 언니에게 조언을 구했다.
다리를 다친 큰아이, 올레길을 걷고 싶은 남편, 벚꽃과 유채꽃을 보고 싶은 나의 취향을 골고루 반영해 3박 4일 가족용 브로셔까지 만들어내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 준비 과정은 일주일 정도 소요되었다.
하지만 인생은 늘 예측 불허다.
합류하기로 한 JY 언니 가족에게 위급한 상황이 생겨 여행이 취소되었다.
JR, KH 언니는 4인이 된다고 해서 합류했던 것이라 4월 4일부터 8일 일정은 전체 취소다.
일정이 엉키면서 결국 렌터카를 취소하고 숙소도 다시 조정해야 했다.
며칠 전 가격보다 부담스러운 금액으로 올라간 렌터카 비용을 보니 더 마음이 급박해졌다.
짐을 싸는 과정도 선택의 연속이었다.
단기 임대 형태의 숙소라 수건부터 세제, 샴푸까지 챙겨야 할 게 많았다.
가볍게 떠나려던 계획은 이미 멀어졌고, 본격적으로 살림살이 같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게다가 결정적인 문제가 터졌다.
내 컨디션과 가족들의 건강 상태였다.
큰아이는 발목 인대 파열로 깁스를 풀지만 조심해야 하고, 나 역시 수술한 눈의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무리한 일정은 금물이었다.
제미나이(Gemini)에게 객관적인 조언을 해달라고 하니 5~6시간 걷는 올레길은 절대 무리라고 단언했다.
내 들뜬 마음에 가려 정작 가장 중요한 '기초 설계'인 건강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같으면 이 모든 변수에 화가 났겠지만, 시간 여유가 생기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도착 후 깨닫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수정된 일정은 하루도 걸리지 않아 다시 세워졌고, 짐은 한결 가벼워졌다.
여행을 준비하며 도구를 챙기느라 집도 한 구석 정리되었고, 내 안의 욕심과 판단력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도 신발은 세 켤레 챙겨갈 거다.
제주에서만큼은 멋쟁이 아주머니로 지내보고 싶으니까.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오늘은 또 어떤 선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어떤 색깔의 점퍼를 챙겨야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며 다시 가방을 연다.
브런치 글을 올리고 난 뒤 내 글을 다시 읽어보니 횡설수설 부끄럽다.
처음이라 그런거라고 스스로 위로해준다.
다음 글엔 사진을 좀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사진을 넣으려고 하니 저작권이 걸린다.
왜 브런치 글에 AI 그림이 많았는지 알것 같다.
나도 오늘은 AI에게 제주 이미지를 그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그림을 화면에 넣어봤다.
어색하지만, 아직 초보니까 스스로 눈감아주고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