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언어 육아 기록(1)
하루 중 아이가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시간은 자기 전이다. 낮에 놀면서 몇 권을 뒤적뒤적하긴 하지만 집중해서 읽는 건 대부분 잠들기 전이다.
우리는 한중국제결혼 가정인 데다 집에서는 일본어를 쓰는 환경이라 집에는 한중일영의 다양한 그림책이 있다.
어느 날, 아이가 아기 때부터 보던 영어 그림책을 들고 와 나라별 국기가 있는 페이지를 펼치더니 미국 국기를 가리키면서 이건 뭐야?라고 물어왔다.
한국, 중국, 미국, 일본 국기를 가리키며 이건 한국이 고 이건 중국이야 라고 몇 번 알려준 적이 있는데 그게 재밌었나 보다.
나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조금 다르게 대답해도 아이가 알아들을지 궁금해서, ‘미국’을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アメリカ(아메리카)’라고 해 보았다.
그랬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응?? 커피?!”
라며 대답하는 게 아닌가.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웃음이 터졌다. 아마도 한국에 갔을 때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 하는 걸 듣고 기억해 둔 모양이다.
아메리카노와 아메리카.
비슷하고, 또 어쩐지 서로 닿아 있다. 중국에서도 아메리카노를 미국식 커피, 美式咖啡(měi shì kā fēi) 라 고 부르니 말이다.
시간과 함께 내 기억도 흘러갈 것이란 걸 이제는 너무 잘 안다. 어제나 오늘 그녀가 한 말들이야 생생히 기억이 나지만 불과 일주일 전에 그녀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표현을 썼는지는 벌써부터 기억이 흐릿하다.
언젠가 그녀가 내 품을 떠나 내 마음이 조금 헛헛해질 때 꺼내보고자 다시는 없을, 귀엽고 또 귀여운 그녀의 어록을 남겨 둔다.
아이의 재밌는 시선과 경이로운 기억력에 감탄하며 깔깔깔 웃었던 , 한밤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