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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진 Jun 07. 2018

내가 기억하는 형 3

형의 입술은 남들보다 도톰한 편이었습니다 가끔 자신의 입술이 토인 같다고 말하곤 했지만 저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그 안에 담겨 있는 하얀 치아와 도톰한 입술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지런한 치아가 엿보이는 형의 미소는 꽤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형의 미소며 하얀 치아가 어떤지 느끼지 못했죠. 세상을 몰랐을 때니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형이 살아온 길은 멋진 미소와 달리 굴곡진 삶이었습니다. 육체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말입니다. 형의 일생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짧았지만 남들보다 다양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형을 떠올릴 때면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과거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이 제 마음을 흔듭니다. 지나온 시간은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라는 의문 같은 것이 말입니다.


좋든 싫든 모두 같은 과거입니다. 과거가 있었기에 현재가 있다는 소리는 진부하게 느껴집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말 역시 위로 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과거는 어떤 물음 같은 거입니다. 어쩌면 의문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형의 장례를 치르고 며칠이 지난 후, 저는 형의 과거를 따라갔습니다.


운명을 달리하기 전, 불과 몇 시간의 행적을 쫓기 위한 발걸음이었지만 그 무게감과 밀도는 평소와 달랐습니다. 엄숙한 과거 앞에 홀로 던져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는 현실은 잊은채 형이 보냈을 시간 안에서 허우적 거렸습니다. 형의 과거뿐 아니라 과거라는 시간 앞에서 저 또한 제 자신에게 물음을 던졌습니다. 이런 물음 자체가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간과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전날의 행적은 형의 죽음을 받아 드릴 수 있는 실마리가 돼주었습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짜인 각본처럼 어떤 오차도 없이 진행된 듯했습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었기에 오차란 있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과거는 말 그대로 결과이니까요. 그것은 지울 수 없는 흔적입니다. 과거는 과거로 보았을 때 더욱 더 선명해지나 봅니다. 자신이든 타인이든. 당연하겠지만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 과거니까요.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과거를 대하는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냥 흘러간 시간 앞에서 관조할 수 있는 것, 이것이 해답일지도 모릅니다. 분명 과거라는 것이 현재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과거는 말 그대로 과거였습니다. 형의 행적을 쫓은들 과거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으니까요.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저는 형의 과거 안에서 그렇게 형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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