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언제나 낯설다

데이팅앱에서의 첫 만남

by 고요한 위로
ChatGPT Image 2025년 7월 19일 오후 10_05_47.png



“처음 보는 사람과 밥을 먹는 건,
혼자 밥 먹는 것보다 더 외로운 일이야.”
지인 J가 데이팅앱에서 만남을 하고, 툭 내뱉은 말이다.


그녀는 51세, 두 아이를 모두 출가시킨 돌싱이다.
요즘엔 가끔 데이팅앱에서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그 나이에?’라는 말은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애써 그런 질문을 예상하는 듯 웃으며 말했다.
“사람이 그리운 건 나이랑 상관없는 거니까.”




채팅창 속 ‘그 사람’과 현실의 거리


J가 처음 만난 사람은
그보다 3살 많은 이혼남이었다.
사업가였고, 말투는 깔끔했고,

무엇보다 “예의가 있었다”고 했다.


일주일 넘게 채팅으로 대화를 주고받았고,
‘느낌이 괜찮다’ 싶을 즈음 그가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
그녀는 망설였지만,

“한 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보기로 했다.




카페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낯선 사람


“문자로는 그렇게 말이 잘 통했는데,
막상 마주 앉으니까 아무 말도 못 하겠더라.”

그가 고른 메뉴는 블랙커피였고,
그녀는 라떼를 시켰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까지 7분,
두 사람은 서로를 흘끔거리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음… 생각보다 날씨가 덥네요.”
“아, 그러게요.”


그게 첫 대화의 전부였다.
J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 사람 맞나…?’




침묵은 말보다 무겁다


대화는 몇 번의 시도 끝에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는 자주 스마트워치를 확인했고,
그녀는 괜히 가방 속 물티슈를 꺼내 정리했다.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요.
제가 좀 어색한가 봐요.”

그가 말했다.
언니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론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고 했다.




만나기 전엔 설렘,

만나고 나선 낯섦


지인 H(46세)는
데이팅앱으로 만난 52세 기러기 아빠와
첫 식사를 한 날, 집에 와서 바로 어플을 삭제했다.


“메시지는 감성적이었는데,
실제 대화는 질문도 없고,
자기 자랑만 40분 했어요.”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친절하게 웃는 그 기분이
더 공허하게 느껴졌어요.
관심이 아니라, 의무 같았거든요.”




앱 안의 온도는, 현실의 공기에 약하다


많은 이들이 데이팅앱 안에선
‘자기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감정을 다듬고,

말을 고르고,
사진을 최대한 따뜻하게 꾸민다.


하지만 현실은 날씨도, 조명도, 표정도
쉽게 꾸며지지 않는다.

그 온도차를 견디지 못하고,
처음 만남에서 서로에게
‘아니다’라는 스탬프를 찍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J는
그 만남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았다.

“실패는 아니지.
그냥, 그 사람과는 길이 아니었던 거고
나는 ‘누군가를 만나본 경험’을 쌓은 거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다음 주 또 다른 약속을 준비 중이었다.


마음이 다치지 않게,
기대는 줄이고,
자기 마음을 잘 안아주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첫 만남에서 기억해야 할 것

말이 끊겨도 당황하지 말기

상대가 아닌 ‘내 마음’을 살피기

잘 맞지 않아도 ‘내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기

너무 조급하게 결론 내리지 않기

상대의 예의보다 나의 편안함을 기준 삼기




우리는 모두, 어색함에서 시작한다


첫 만남은 언제나 낯설다.
어색하고, 불편하고,
때로는 ‘기대’를 스스로 미워하게도 만든다.


하지만 그 어색함을
견뎌내는 마음들이 모여
진짜 인연을 만든다는 걸,
J는 매번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다음엔 조금 더 솔직해지려고,
침묵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어쩌면 내 사람이 될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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