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가는 대로 놓아주기
우주에 관심이 있나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어요. 밤하늘의 별을 보며, 과학책을 읽으면서 이 좁아터진 지구가 아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망망한 우주를 꿈꿔 왔어요. 눈 깜짝할 만한 사이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 돌 수 있는 빛조차 100만 년을 달려도 벗어나지 못한다는 은하, 그런 은하가 천억 개 모여있다는 우주, 그러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커져만 간다는 우주, 상상도 할 수 없는 무궁한 공간을 억지로 억지로 상상해 보곤 했어요.
만약 사람이 그런 우주의 한 복판에 혼자 떨어져 버린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어떤 기분을 느낄까요? 지금부터 빛의 속도로 달려도 죽기 전까지 먼지 한 톨 만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사람은 어떠한 절망감을 느낄까요? 아니, 그래도 멀리서 반짝이는 별빛이 보인다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일까요? 하지만 나는 우주의 무한함을 알게 되면서 깊은 고독감을 느꼈어요.
당신은 고독함을 느껴 보신 적이 있나요?
예, 누구든 고독한 기분을 안 느껴 보신 분은 없겠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뭐라고요? 평생 여자 친구 하나 없이 혼자였다고요? 물론 그것도 고독이겠지요. 어떤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는 고독일 수도 있고요.
그래요, 이렇게 질문하는 게 더 정확하겠군요. 얼마나 깊은 고독감을 느껴 보셨나요?
세상에서 완전히 동떨어져서 캄캄한 어딘가에 혼자 내던져진 듯한 기분,
발도 땅에 닿지 않고, 손을 뻗어도 아무것도 만질 수 없는 어딘가에서,
위와 아래가 어디인지, 중력도 느껴지지 않는 공간,
어떤 사람도 나를 쳐다보아주지 않는 무관심, 아니 그런 사람 하나 느껴지지 않는 생소함, 눈에 익은 것 하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곳, 어두움,...
그 속에 발버둥 치는, 나도 처음 보는 내가 느껴지는, 그런 고독감 느껴 보신 적 있나요?
고독감이 깊어지면 자기 몸이, 영혼이 조각조각 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그 조각 중의 하나가 되어서 나머지 조각들과도 떨어져 있게 되는 거지요. 나 혼자 보다도 더 외로운 거예요. 저기 떨어져 있는 나의 조각들이 나를 도와줄 수 없어요. 도와주기는커녕 보이지도 않을 거예요. 철저히 혼자, 아니 한 조각뿐인 거지요. 나의 작은 한 조각.
지금 나는 그런 고독을 느끼고 있어요. 가끔 있는 일이죠.
(계속)
* 가끔은 눈을 감고 생각을 놓아주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의도하지 않고 그때그때 아무런 생각이든 떠오르게 하는 것인데요. 그러면 생각은 끈이 풀려 예측할 수도 없는 곳으로 흘러갑니다. 어쩌다가는 이전의 흐름과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다른 지점으로 건너뛰기도 하고요.
그러면 그것을 받아 적곤 합니다. 다시 읽어보면 두서도 없고 갈피도 잡을 수 없지만 그것이 규격화된 의식의 밑을 떠도는 무의식의 일부분일 것이라 짐작합니다. 숨어있는 나의 무의식을 잠깐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지요.
때로는 글을 쓰다가도 심한 고독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 글은 그때 나의 펜을 자유롭게 놓아주어 써 본 것입니다.
* 사실은 쓰고 있던 소설의 결말부가 잘 풀리지 않아 잠시 시간을 끌기 위해 연재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