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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Nov 14. 2021

[시] 파도-바다의 숨

바다 3부작-3

바다의 숨소리를 들었는가.

들이는 숨, 내쉬는 숨, 한 번 한 번이

다가왔다 멀어지는 하얀 포말(泡沫)을 남기며

죽은 듯 산 듯 출렁거리는

그의 숨소리를 들었는가.


영겁(永劫)의 시간동안 거기 살아서

다가오는 모든 이에게 들려주지만

어떤 이는 보지 못하여 주저앉고

어떤 이는 듣지 못하여 돌아간다.


배부르고 따뜻하여 찾지 않을 때에는

발걸음을 가로채는 돌멩이처럼 야속하고,

동네 고양이 울음소리마냥 흔하고 흔해

귓가에 할퀸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을 잃어 바라보면

그 들숨과 날숨을 영원히 따라할 것처럼

짧디 짧은 시간에 안타까워 한다.


살아 있는 이는 영원한 생동감에 용기를 얻고

죽어가는 이는 변함없는 관용에 평화를 찾으며

죽은 이는 낯익은 포근함에 감사한다.


이제 바다의 숨소리를 들었는가.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외치는 소리를 보고 들었는가.

나에게 다가와 나에게로 멀어지는

팔 벌려 맞아주는 다정한 허락을 느꼈는가.


* 이 시는 올해 바다문학상에 응모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결과는 보기좋게 낙선이었지만요.^^;

 저는 힘들 때마다 바다로 달려가서 끝없이 들고 나는 파도를 바라보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면 바다는 마치 저를 반기며 따듯하게 품어주고 위로해주는 듯 했지요. 오늘도 바다에 가고 싶네요.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 오늘도 행복하시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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