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3부작-2
바다는 꿈을 키웠다.
컬럼버스도, 마젤란도, 장보고도
푸른 물을 바라보며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꿈꿨다.
편평한 듯 둥근 에메랄드빛 수평선은
아득한 그 너머를 동경하게 했다.
모나지 않게 넘실거리는 물결은
초록색 요람(搖籃)을 만들어 주었다.
몽실몽실 돋아 난 흰 파도는
어서 오라 우리에게 손짓했다.
그렇게 바다는 우리를 불렀다.
처음엔 얼기설기 뗏목에 올라탔다.
멋진 돛을 휘날리며 날렵한 범선이 미끄러지고
기름띠를 드리우며 쇠로된 배가 힘찬 고동을 내뿜었다.
이따금씩 날카로운 비와 바람으로 깨물어
시커먼 뱃속으로 삼켜버리기도 했지만
바다는 햇살 밝은 날마다 눈부신 미소로 유혹했다.
그 미소를 맞으려 우리는 물로 뛰어 들었다.
신기루를 향해 팔을 젓고, 물장구를 쳤다.
이제는 너무 멀어져 뭍에서 부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웬일인지 멀리 나아갈수록 꿈은 커졌고,
꿈이 커진 만큼 호기심은 또 멀어져 갔다.
그렇게 우리는 물위를 헤엄치며
하늘을 날고 우주를 품었다.
그 하늘도 푸르고 우주도 푸르렀다.
바다는 꿈을 키웠다.
바다의 색이 푸르다면
꿈의 색도 푸른빛이다.
* 이 시는 올해 바다문학상에 응모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결과는 보기좋게 낙선이었지만요.^^:
어린 시절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면서 무엇인지도 모를 꿈을 품고 키워나갔던 기억을 되살려 쓴 것입니다. 그 꿈은 이제 눈에 보이게 되었는데 막상 이루기가 점점 힘들어지네요.ㅠㅠ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 오늘도 행복하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