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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Nov 12. 2021

[시] 바다-어미의 품

바다 3부작-1

세상이 열릴 때 물은 거기에 있었다.

어찌 생겨났는지 알지 못해도

하늘과 땅을 갈라놓았고,

뜨거운 해를 머금고 뱉으며

빛과 어둠을 만들어 놓았다.


생명을 잉태(孕胎)했다.

짜디 짠 소금기로 뼈를 빚고

출렁거림으로 살을 붙였다.

든 것들은 구부러진 등으로 숨을 배웠고

난 것들은 기지개를 켜고 자궁을 헤엄쳤다.

크지 않은 것들은 그 품이 좁다하여 떠나고,

다 큰 것들은 저 살기 위해 어미를 잊었다.


집 떠난 것들은 땅덩이에 발바닥을 붙이고

어미를 등진 채 애먼 하늘로 뛰어 올랐다.

나무에 올라 머리 위를 바라보고

허공을 향해 날개짓 했다.


더 두꺼운 허벅지가 아쉽고

더 튼튼한 깃털이 필요하면,

그제서야 새끼들은 돌아와

어미의 살을 뜯어 먹고 내장을 휘집었다.

눈빛이 회색으로 변해 가도 어미의 눈가는 미소로 기울었다.

아련한 반가움에 고통조차 기뻤다.


마지막 한숨에 어미가 지쳐갈 때,

하늘과 땅은 구별을 잃어

든 것도 난 것도 미동(微動)조차 못하고,

큰 것도 크지 않은 것도 제 어미만 불렀다.

뛰고 날던 것들도 돌아와 내려앉고,  

떠났던 품속으로 기어들었다.

그것이 어미이고, 그것이 새끼인가.


해는 물아래로 잠든다.

불덩이를 받아 안으며 어찌 뜨거움을 못 느끼랴.

물은 죽은 듯 신음조차 내지 않고,

반 하루를 담아내어 세상으로 내놓는다.

따뜻한 해는 물위로 떠올라

그 어미의 새끼들을 비추일 뿐이다.


* 이 시는 올해 바다문학상에 응모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결과는 보기좋게 낙선이었지만요.^^;

 읽으시면 아시겠지만 환경 오염에 관한 것이고요, 마치 우리들이 어머니의 품에서 태어나 그 분을 아프게 해드리는 것이 비슷하지 않을까 빗대어 쓴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항상 우리를 용서하시죠.ㅠㅠ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 오늘도 행복하시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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