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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Jan 17. 2022

고독함에 관하여-5

펜 가는 대로 놓아주기

처음에 말한 것처럼 우주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해요. 이 옹색한 땅덩어리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람들의 조그만 머리로는 그 크기를 상상조차 할 수 없죠. 가만히만 있어도 그런데 그게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해요. 그것도 온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조차 쫓아갈 수 없는 속도로요. 정말 엄청나죠? 나는 우주를 알면서부터 신의 존재를 믿었어요. 역설적이게도요. 보통은 과학을 알아갈수록 신을 부정해가죠. 신에 의해 정돈되어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던 자연이 사실은 그들 나름대로의 법칙과 조화를 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니까요.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만이에요. 자연의 비밀을 밝혀 나갈수록 신의 손길이 없이는 도저히 설명 안 되는 것들이 드러나요. 아인슈타인도 그랬듯이 과학을 알아갈수록 신의 존재를 믿게 돼요. 신이 없다면 이 창대하고 복잡한 자연의 세계는 질서가 유지될 수 없을 거예요. 


착시 현상에 대해 아세요? 암흑 속에서도 반짝임을 느끼는 것과 같이 시신경이 혼자 흥분하는 것도 착시 현상이에요. 똑같은 길이의 선도 화살표를 바로 붙이느냐 거꾸로 붙이느냐에 따라 길이가 달라 보여요. 평행한 선들도 빗금을 우로 긋느냐 좌로 긋느냐에 따라 삐뚤빼뚤 보이기도 하고요. 제주도 어느 도로는 내리막길이 오르막길로 보인다고도 해요. 사실 못 미더워서 그 도로에 직접 찾아가 차를 세우고 준비해 간 깡통을 굴려본 적이 있어요. 정말로 깡통이 마구 언덕을 거슬러 올라가더라고요. 신기하죠? 그러면서 의문을 가지게 되었어요. 우리가 보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말이에요. 저 착시 현상을 보면서도 우리는 ‘틀림없이 이것이 더 길다. 틀림없이 오르막 길이다.’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까요?  ‘틀림없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어요. 틀림은 항상 있고 인간은 항상 그것을 행하고 있으니까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일을 겪으면 억지를 쓰는 버릇이 있지요? 아니 나만 그럴지도 몰라요. 그래서 한 번 더 되지도 않는 억지를 부려보려고 해요. 그게 내가 커피를 마시면서 행복한 고독감에 빠져 떠올려 본 거예요. 만약 신이 저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에 착시를 걸어 놓았다면 어떨까요? 바로 옆에 있는 은하가 몇 백만 광년 옆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요. 하늘을 수놓고 있는 별빛이 수억 광년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촛불을 켜놓듯 조명을 밝혀 놓은 것이라면 어떨까요? 손을 뻗으면 만질 수도 있는 우주의 끝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겠지요. 그게 가능하냐고요? 그렇다면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 이유를 말해보세요. 


고독은 어떨까요? 고독은 틀림이 없을까요? 이것은 마치 대나무 자로 바람의 길이를 재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짓이겠죠? 고독은 맞고 틀림이 없는 것이니까요. 고독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맞고 틀림은 없을 테니까요. 아니,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도 의문이에요. 고독의 정도도 저울로 무게를 재는 것처럼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따지다 보니 모든 것이 믿을 수 없게 되었어요. 심지어는 내가 고독함을 느낀다고 할 때 정말 그것이 고독한 것일지도요. 

(계속)


* 가끔은 눈을 감고 생각을 놓아주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의도하지 않고 그때그때 아무런 생각이든 떠오르게 하는 것인데요. 그러면 생각은 끈이 풀려 예측할 수도 없는 곳으로 흘러갑니다. 어쩌다가는 이전의 흐름과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다른 지점으로 건너뛰기도 하고요. 

그러면 그것을 받아 적곤 합니다. 다시 읽어보면 두서도 없고 갈피도 잡을 수 없지만 그것이 규격화된 의식의 밑을 떠도는 무의식의 일부분일 것이라 짐작합니다. 숨어있는 나의 무의식을 잠깐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지요. 

때로는 글을 쓰다가도 심한 고독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 글은 그때 나의 펜을 자유롭게 놓아주어 써 본 것입니다. 


* 사실은 쓰고 있던 소설의 결말부가 잘 풀리지 않아 잠시 시간을 끌기 위해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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