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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Feb 06. 2022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다빈치 코드의 비밀-2

'유다를 찾아서' 되살리기 프로젝트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다빈치 코드의 비밀

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은 여러분들이 이미 잘 알고 계시듯이 지금으로부터 2천여 년 전 유월절 즈음에 예수님께서 그의 열두 제자들과 함께 한 마지막 저녁 만찬을 그린 그림입니다. 유월절은 유대인들이 의식에 따라 어린양을 잡아 그 고기를 먹으면서 하느님이 그들을 복수의 사자로부터 구원한 것과 이집트 포로 생활에서 풀어 준 것을 기념하는 잔치였습니다.


레오나르도의 그림은 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그가 1490년대 중반에 작성한 소장 도서 목록에는 성경책이 있었습니다. 쿠텐베르크가 금속 활판 인쇄술을 발명한 것이 1445년경이었으니까 아직도 활자본으로 인쇄된 책들이 아주 흔하지는 않았던 때입니다. 레오나르도가 그 당시 즈음 소장한 책은 약 40권 정도이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이탈리아어 번역본, 니콜로 디 말레르미의 ‘비블리아 볼가레 히스토리아타(Biblia Volgare historiata)였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1494년 말이나 1495년 초로 추정되는 그의 또 다른 메모에 따르면 이 성경책은 그가 직접 산 것으로서 그가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최후의 만찬’을 그리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그는 이 성경책을 통해 최후의 만찬 이야기를 읽고 또 읽었을 것입니다. 물론 신앙심이 깊었던 데다가 선배 화가들이 그린 같은 주제에 관한 여러 그림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던 그는 그 이전부터 ‘최후의 만찬’의 장면에 익숙했을지도 모릅니다.  


성경의 신약에는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 등 4대 복음서가 있으며 모든 복음서에서 소위 ‘최후의 만찬’ 장면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 중 예수의 생애에 관한 여러 일화들의 경우, 처음 세 복음서가들의 이야기가 유사해서 이들을 ‘공관 복음서(共觀福音書, Synoptic gospels)’라고 합니다. 하지만 복음서를 기술한 이 네 명의 제자들 중 ‘최후의 만찬’에 직접 참석하여 목격한 것은 마태오와 사도 요한 두 사람뿐입니다. 그냥 제 기준만으로 생각해 보기에는 아무래도 목격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더 정확하고 신뢰성이 있을 것 같아 대표적으로 마태오와 요한 복음서를 주로 인용하고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은 마르코 복음서가 네 가지의 복음서 중 가장 먼저 쓰였을 가능성이 높고,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의 원본 내지는 참고 자료로 활용되었다는 학설이 다수이긴 하지만요.)  요한 복음서는 90-100년 사이에 최종 편집되어 가장 나중에 씌어진 복음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한 복음서의 최후의 만찬 묘사는 가장 상세하지만 만찬 자체의 과정은 제일 빨리 끝납니다. 그 이유는 다른 복음서에서 언급하는 성찬 의식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한 복음서는 만찬의 시기도 유월절이 아닌 그전에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마태오와 사도 요한이 최후의 만찬을 어떻게 들려주었는지 볼까요? 우선 마태오 복음 26장 20 절부터 30절까지를 보시겠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으셨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그러자 그들은 몹시 근심하며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하고 묻기 시작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가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모두 이 잔을 마시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이제부터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

그들은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 올리브 산으로 갔다.   


다음은 요한 복음 13장 21절부터 30절입니다. 이것은 ‘유다를 찾아서’ 소설에 직접 인용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마음이 산란하시어 드러내 놓고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 넘길 것이다.” 제자들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씀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여 서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 등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그는 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제자였다. 그래서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고갯짓을 하여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람이 누구인지 여쭤 보게 하였다. 그 제자가 예수님께 더 다가가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빵을 적셔서 주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하고 대답하셨다. 그리고 빵을 적신 다음 그것을 들어 시몬 이스카리웃의 아들 유다에게 주셨다. 유다가 그 빵을 받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유다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 식탁에 함께 앉은 이들은 예수님께서 그에게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아무도 몰랐다. 어떤 이들은 유다가 돈주머니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예수님께서 그에게 축제에 필요한 것을 사라고 하셨거나, 또는 가난한 이들에게 무엇을 주라고 말씀하신 것이려니 생각하였다. 유다는 빵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

 

몇 가지 차이점들이 보이지요?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예수님이 제자 중의 한 사람의 배신을 예언하시는 장면과 제자들이 동요하는 장면이 짧게 나오고 나머지는 성찬 의식에 대한 설명이 뒤따릅니다. 반면에 요한 복음서에는 예언을 하시는 모습이 조금 더 상세히 묘사되어 있고, ‘가장 사랑하시는 제자’, 시몬 베드로의 재촉, 유다의 반응 등이 덧붙는 대신 성찬 의식에 대한 묘사는 없습니다. 당연지사 레오나르도를 포함한 화가들은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에 공관 복음서보다는 조금 더 상세히 상황을 설명한 요한 복음서의 내용에 더 의존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은 다음 편에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쯤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식당 건물의 한쪽 벽에 그렸던 ‘최후의 만찬’을 한 번 감상하시겠습니다.


우선 등장인물들을 살펴볼까요? 이 그림은 똑바로 된 식탁에 일렬로 배치된 인물 열세 명을 그리고 있습니다. 중앙에는 예수님이 계시고 열두 명의 제자들은 각각 3명씩 한 무리가 되어 예수님의 좌우에서 웅성거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당신의 열두 제자들 중 한 사람이 배신할 것을 예언하신 순간, 혹은 그 몇 초 후에 벌어진 장면을 스냅사진처럼 그려낸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사람들 중 누가 누구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1300년까지 화가들은 그림 속 성인이나 제자들의 밑에 친절하게 이름을 적어 놓아 인물들을 구별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14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이러한 ‘이름 알려주기’의 관행이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대신에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성물(聖物)이나 생김새를 통해 관람자가 성인과 성경 속 인물을 알아보도록 힌트를 주는 방법이 주로 사용됩니다. 표현 방식이 조금은 세련되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가령 예를 들면 베드로는 천국의 열쇠를 들고 있다든지, 머리가 약간 벗어진 중년의 남성으로 그려진다든지, 사도 요한은 나이가 어린 미소년으로 그려진다든지 말입니다. 이런 방법들은 오히려 성경이나 그림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관람자들에게는 곤혹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제자들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되니까요. 아무리 성물이나 생김새, 행동 등의 특징이 있더라도 12명이나 되는 많은 제자들을 구분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에서 만큼은 이런 걱정이 덜어지게 되었는데요, 그 이유는 1807년 주세페 보시라는 사람이 루가노 호수 근처 폰테 카프리아스카 교회에서 ‘최후의 만찬’의 16세기 프레스코화 모사본을 발견하였는데 그 그림의 밑부분에 제자들의 이름이 물감으로 선명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 다행이죠?

다음은 각 인물의 이름이 적힌 그림입니다. 제가 다시 정리하기가 조금 귀찮아서 다른 블로그에서 빌려왔습니다.(http://www.visual-arts-cork.com/famous-paintings/last-supper-leonardo-davinci.htm)  


자, 그럼 각각의 인물들의 움직임을 하나씩 뜯어볼까요? 이미 ‘유다를 찾아서’에서 간단히 묘사되었기 때문에 그것도 참조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그림의 시점은 예수님이 제자들 중 한 명이 당신을 팔아 넘길 것이라는 예언을 마치고 몇 초가 지난 후입니다. 왜 예언을 마친 바로 그 순간이 아니고 몇 초가 지난 후인지는 차차 설명드리겠습니다. 당연히 식탁의 중앙에는 예수(Jejus)님이 앉아 계십니다. 오른손으로는 포도주가 찬 잔을 쥐려 하고 왼손으로는 빵을 가리키고 있어서 아마도 성찬 의식을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림의 오른쪽, 즉 예수님의 왼쪽에 인접하여 한 무리의 제자들이 보입니다. 노란색 옷을 입고 양팔을 벌린 채 놀라고 있는 사람이 큰(大) 야고보(Jacob or James Major)이며 그 옆에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절규하고 있는 사람이 빌립보(Philip)입니다. 큰 야고보의 뒤에 앉아 얼굴만 삐죽 내세운 도마(Thomas)는 오른 검지를 세우며 재차 사실인지 따져 묻고 있습니다.  항상 의심이 많았던 도마는 후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서도 바로 그 손가락으로 롱기누스의 창에 찔린 오른편 옆구리를 쑤셔 보고 나서야 예수님의 부활을 받아들입니다. 따라서 검지 손가락을 세운 저 손 모양은 도마의 시그니처(signature)처럼 사용됩니다. 다음은 1602년 카라바조가 그린 ‘의심하는 도마’라는 그림입니다. 이제 이해가 잘 되시겠죠?

이 그림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고일석 작가님의 브런치를 찾아가 보시면 자세한 설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franz-ny/8).

(계속)


# 참고자료:   

    1.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다빈치). 하이덴라이히 지음/최승규 옮김/한명/2000년 12월  

    2.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 로스 킹 지음/황근하 옮김/세미콜론/2014년 05월  

    3. 다 빈치 코드. 댄 브라운 지음/양선아 옮김/베텔스만/2004년 07월  

    4. 다 빈치 코드의 비밀. 댄 버스틴 엮음/곽재은, 권영주 옮김/루비박스/2005년 3월  

    5.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다빈치코드의 비밀). 마가렛 스타버드 지음/임경아 옮김/2004년 08월  

    6. 서양 미술사. E. H. 곰브리치 지음/백승길, 이종승 옮김/도서출판 예경/1997년 5월  

    7. 세계명화비밀. 모니카 봄 두첸 지음/김현우 옮김/생각의 나무/2002년 4월  

    8.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재원아트북 편집부 지음/재원/2004년 09월  

    9.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프랑크 죌너 지음/최재혁 옮김/마로니에북스/2006년 11월  9

    10. 레오나르도 다 빈치: 르네상스의 천재. 프란체스카 데블리니 지음/한성경 옮김/마로니에북스/200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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