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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Feb 07. 2022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다빈치 코드의 비밀-3

'유다를 찾아서' 되살리기 프로젝트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다빈치 코드의 비밀

여기서 잠시 큰 야고보 무리를 조금 더 자세히 볼까요? 무리의 가장 오른쪽에는 오렌지색 옷을 입은 빌립보가 있습니다.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면서 "주여, 그것이 저입니까?"라고 묻고 있는 듯하죠? 얼굴을 자세히 보면 이목구비가 너무 수려하여 마치 여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레오나르도가 여러 그림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한 신체적 아름다움은 곱슬머리에 여성적인 얼굴을 가진 청년이나 사춘기 소년, 심지어는 사춘기 이전의 소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남성이라고 그려 놓은 인물이 혹시 여성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닐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 빌립보입니다. 


레오나르도가 검은 분필을 사용하여 스케치한 습작 속에 빌립보의 두상이 있는데요 이것이 오랜동안 젊은 여성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 모델이 워낙 아름다웠던 데다가 머리에 리본이나 머리띠를 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인데요. 나중에 그것이 머리띠가 아니라 종이에 난 주름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사그라드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된 '암굴의 성모'의 마리아에 사용된 드로잉과 '최후의 만찬' 빌립보를 그린 드로잉의 이목구비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 알려져, 역시 빌립보가 여성을 모델로 하여 그려진 것이 아닐지 의문이 남게 되었습니다. 어찌 되었건 빌립보의 두상은 오해를 받을 만큼 정말 아름답죠?



자, 이제 도마 무리의 왼편, 즉 예수님의 맨 왼쪽 끝에 위치한 한 무리로 넘어가 볼까요? 이들은 차례대로 마태오(Mathew), 다태오(Thaddeus), 그리고 시몬(Simon)입니다. 푸른 옷을 입은 마태오는 그의 왼편의 두 동료에게 얼굴을 돌리고 예수님을 향해 두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자신이 방금 들은 예언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듯 보입니다. 다태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예수님을 등진 채 왼쪽의 시몬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른손을 들어 식탁 위에 놓인 왼손을 내리치려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게 누구야?”라며 따지는 듯, 분노하는 듯하죠? 가장자리의 시몬은 노회한 제자답게 침착하며 동요하지 않는 몸짓입니다. 하지만 자신은 결백하다는 듯 양손이 하늘을 바라보게 들고 있는 것은 잊지 않고 있네요.


여기서 우선 마태오를 자세히 볼까요? 마태오도 수염이 없는 젊은 청년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풍성한 곱슬머리에 곧게 뻗은 코, 그리고 약간 아래로 처진 입술, 부드럽게 말린 턱 등 레오나르도의 그림에 흔히 등장하는 옆모습입니다. 미술 비평가들은 이런 모습을 '살라이 유형의 옆모습'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앞서 설명한 빌립보에서도 보이는 모습입니다. 아마도 같은 모델을 썼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살라이'는 누구일까요?

살라이는 레오나르도가 고용한 '파토리노'의 별명입니다.  당시에 목수나 석공, 화가 등 장인들은 '파토리노'라고 하는 십 대 초반의 잔심부름꾼 소년을 고용했습니다. 이들은 주인이 먹이고 재워 주는 대가로 집이나 작업실에서 허드렛일을 맡아했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주인의 업을 이어받아 해당 분야의 대가로 성공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레오나르도는 1490년, 당시 열 살이었던 잔 자코모 카프로티 다 오레노란 아이를 들였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레오나르도의 재능을 이어받는 대신 거짓말, 도둑질 등 말썽꾸러기 짓을 많이 해서 '살라이'라고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살라이는 피렌체가 속해 있는 토스카나 사투리로 '악마, 마귀'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렇게 나쁜 짓을 일삼으면서도 살려고 그랬는지 자코모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하나 있었는데요, 하는 행동에 어울리지 않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1550년 경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제로 부오나로티 등 유명한 예술가들의 전기를 썼던 조르조 바사리가 기술한 바에 따르면 살라이는 '보기 드문 기품과 외모를 갖춘 대단히 매력적인 소년이었다. 곱슬곱슬한 머리칼이 아주 아름다웠고 스승은 그 점을 무척 좋아했다'라고 합니다. 심지어 레오나르도와 살라이 사이에는 동성연애를 한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레오나르도는 살라이를 모델로 하여 전형적인 아름다운 미소년 상을 자주 그렸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것이 앞에 말씀드렸던 '살라이형 옆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레오나르도가 '최후의 만찬'을 그리던 때 살라이는 약 15세 전후이었습니다. 빌립보와 마태오 등 젊은 제자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내기에 가장 알맞은 모델이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살라이는 이들뿐만 아니라 레오나르도의 여러 그림에서도 모델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음 다태오를 볼까요? 다태오의 모습은 여러분들에게 그렇게 낯설지 않을 텐데요. 왠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모습이지요? 약간 벗겨진 앞머리, 5:5 가르마, 길게 자란 수염 등... 그렇습니다. 아마도 레오나르도 자신을 모델로 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태오의 자세가 뭔가 이상하군요. 예수님을 등지고 시몬 만을 바라보며 격렬하게 따지고 있는 듯하죠. 오른 손등을 왼손 바닥 위로 부딪히려 하려는 것 같군요. 일부 음모론자는 이러한 자세를 레오나르도가 정통 가톨릭 교리에 벗어나는 이단의 자세를 견지하고 이를 암묵적으로 그림에서 표현하려고 하였다는 증거라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그건 좀 너무 앞서 나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4대 복음서를 쓴 마태오도 예수님을 등지고 있으니 이단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말이 될 테니까요.

(계속)


# 참고자료:   

    1.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다빈치). 하이덴라이히 지음/최승규 옮김/한명/2000년 12월  

    2.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 로스 킹 지음/황근하 옮김/세미콜론/2014년 05월  

    3. 다 빈치 코드. 댄 브라운 지음/양선아 옮김/베텔스만/2004년 07월  

    4. 다 빈치 코드의 비밀. 댄 버스틴 엮음/곽재은, 권영주 옮김/루비박스/2005년 3월  

    5.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다빈치 코드의 비밀). 마가렛 스타버드 지음/임경아 옮김/2004년 08월  

    6. 서양 미술사. E. H. 곰브리치 지음/백승길, 이종승 옮김/도서출판 예경/1997년 5월  

    7. 세계명화비밀. 모니카 봄 두첸 지음/김현우 옮김/생각의 나무/2002년 4월  

    8.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재원아트북 편집부 지음/재원/2004년 09월  

    9.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프랑크 죌너 지음/최재혁 옮김/마로니에북스/2006년 11월  9

    10. 레오나르도 다 빈치: 르네상스의 천재. 프란체스카 데블리니 지음/한성경 옮김/마로니에북스/200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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