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를 찾아서' 되살리기 프로젝트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다빈치 코드의 비밀
다음은 그림의 왼편, 예수님의 오른편에 있는 제자들을 보겠습니다. 우선, 예수님의 맨 오른쪽 끝에 있는 3인의 무리를 볼까요? 왼쪽부터 바르톨로메오(Bartholomew), 작은 야고보(James or Jacob Minor), 그리고 안드레아(Andrew)입니다. 바르톨로메오는 예언을 듣고 놀라서 벌떡 일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바르톨로메오는 모델이 있었는데요, 당시 이탈리아의 유명한 건축가였던 도나토 브라만테(Donato d' Aguolo Bramante)입니다. 그는 당시 밀라노에서 스포르차 가문의 성(스포르체스코 성)을 개축하고 있었고 나중에는 교황 율리우스 2세에게 불려가 로마의 산 페트로 성당을 개축하는 책임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는 도나토 단젤로 라차리라는 본명이 있었지만 그의 큰 야심과 쾌락주의적인 취향 때문에 '소망하다', '갈망하다'라는 뜻의 '브라만테'로 더 알려져 있었습니다. 매력적인 인물이었던 브라만테는 레오나르도는 물론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도 잘 아는 사이라서 나중에는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도,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도 모델이 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죠?
바르톨로메오 옆의 작은 야고보는 오른손을 바로 옆 안드레아의 어깨에, 왼손을 한 사람 건너 베드로의 어깨에 올리고 해명을 듣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말씀드리겠지만 베드로가 사도 요한에게 예수님을 팔아 넘길 자가 누구인지 다그치자 그러한 베드로를 말리려는지, 아니면 베드로에게서 그가 누구인지 전해 들으려 하는지 분간이 가지는 않습니다. 작은 야고보 옆의 안드레아는 몸서리 쳐지는 예언을 부정하듯이 양손으로 허공을 가로젓고 있네요.
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예수님과 그 오른쪽 한 무리의 제자들입니다. 예수님 바로 옆, 가장 사랑하는 제자이며 가장 어린 제자인 사도 요한(John, the apostle)은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채 예수님의 반대편으로 몸을 기울이며 쓰러지려 하고 있습니다. 베드로(Peter)는 요한의 가녀린 오른 어깨를 감싸 쥐며 예수님을 배신하는 자가 누구인지 다그치고 있습니다. 그의 손끝은 날카로워 사도 요한의 목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배신하는 자가 누구인지 알면 당장에 베어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허리 위에 접어 올린 오른 손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쥐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와 요한의 어깨 밑, 식탁 위의 가장 낮은 곳, 그리고 가장 그늘진 곳에 한 명의 제자가 위치하고 있는데요, 그가 바로 유다(Judas)입니다. 유다는 놀란 듯 몸을 뒤로 젖히며 기대 누운 듯 합니다. 오른손에는 은화 주머니를 꼭 쥐고 있고 당황한 손을 잘못 놀렸는지 손목으로는 식탁 위에 놓인 소금통을 엎어뜨렸습니다 (이 그림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 세 사람의 제자들은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 더 설명을 더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사도 요한부터 보겠습니다. 지난번 제가 레오나르도는 이 그림의 모티프로서 요한 복음을 참조하였다고 하였죠? 그 일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실까요?
"...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 등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그는 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제자였다. 그래서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고갯짓을 하여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람이 누구인지 여쭤 보게 하였다. 그 제자가 예수님께 더 다가가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하고 물었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께서 예언을 막 마치셨을 때에 예수님 등(혹은 품)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는 제자, 그리고 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셨다는 제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요한 복음서에만 나와 있는 이 표현은 요한 스스로 하는 자랑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자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요한 복음서에 따르면 제자들 거의 모두가 요한이 예수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든 최후의 만찬 그림들은 대다수 구레나룻이 난 중장년의 제자들 속에서 요한을 약간 여성스러운 앳된 청년으로 그렸습니다. 아마도 그의 나이가 제자들 중 가장 어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토(Giotto Di Bondone)가 14세기 초에 그렸던 최후의 만찬에서도, 카스타뇨(Andrea del Castagno)가 15세가 중반에 그렸던 최후의 만찬에서도 이 두가지 특징은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래의 두 그림에서 모두 앳된 요한이 예수님의 품에 쓰러지듯이 안겨 있는 것이 보이시죠?
그런데 말입니다. 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에서는 아무래도 요한 복음과 또한 이전의 그림과 다른 차이점이 있습니다. 요한이 여성스럽고 앳된 것은 동일합니다만 그의 몸의 방향이 반대이죠? 즉, 예수님의 등에 기대어 있거나 품에 안겨 있기 보다는 예수님으로부터 동떨어져 있으니까요. 이것이 제가 이전에 레오나르도 그림의 장면은 예수님의 예언이 끝나고 몇 초 후를 그린 것이라 말씀드린 이유입니다. 즉, 예수님 품 안에 안겨있던 요한을 시몬 베드로가 억센 손으로 잡아당겨 예수님을 팔아 넘기는 자가 누구인지 물어보라고 다그치는 장면이라는 말이지요. 자다가 난데없이 베드로에 의해 잡아당겨진 요한의 모습은 그림의 구도를 극적으로 바꾸어 놓는데요. 예수님을 그림의 중앙에 덩그러니 혼자 떨어지게 만들어 그의 고독한 모습을 강조하고, 앞으로 닥칠 불행한 일들을 예견하는 효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레오나르도의 심오한 의중을 엿보실 수 있나요?
(계속)
# 참고자료:
1.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다빈치). 하이덴라이히 지음/최승규 옮김/한명/2000년 12월
2.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 로스 킹 지음/황근하 옮김/세미콜론/2014년 05월
3. 다 빈치 코드. 댄 브라운 지음/양선아 옮김/베텔스만/2004년 07월
4. 다 빈치 코드의 비밀. 댄 버스틴 엮음/곽재은, 권영주 옮김/루비박스/2005년 3월
5.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다빈치 코드의 비밀). 마가렛 스타버드 지음/임경아 옮김/2004년 08월
6. 서양 미술사. E. H. 곰브리치 지음/백승길, 이종승 옮김/도서출판 예경/1997년 5월
7. 세계명화비밀. 모니카 봄 두첸 지음/김현우 옮김/생각의 나무/2002년 4월
8.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재원아트북 편집부 지음/재원/2004년 09월
9.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프랑크 죌너 지음/최재혁 옮김/마로니에북스/2006년 11월 9
10. 레오나르도 다 빈치: 르네상스의 천재. 프란체스카 데블리니 지음/한성경 옮김/마로니에북스/2008년 0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