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를 찾아서' 되살리기 프로젝트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다빈치 코드의 비밀
다음은 시몬 베드로입니다. 미술 작품에서는 흔히 키가 작고 반백의 고수머리에 짧은 수염을 지녔으며, 얼굴에는 주름이 많은 남자로 묘사됩니다. 정이 많고, 충동적이기는 했지만 동시에 신앙심이 남달리 두터웠던 그는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는 베드로를 로마의 첫 번째 주교이자 교회의 최고 목자, 그리스도의 지상(地上) 대리자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록 베드로가 ‘교황’이나 ‘그리스도의 대리자’라는 칭호를 사용한 적은 없었지만, 가톨릭 교회에서는 그를 제1 대 교황으로 대우합니다. 따라서 모든 교황은 베드로의 정통 후계자이자 모든 주교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주교가 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교황의 취임식에서 그 권위를 상징하는 성물(聖物)로 '어부의 반지'가 전달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베드로의 원래 직업이 어부이었잖아요? 결국 '어부의 반지'는 '초대 교황이었던 베드로의 권위를 전해주는 반지'라고 할 수 있지요.
베드로의 본명은 시몬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에게 '반석(磐石, 바위)'라는 의미의 아람어 '케파'를 호칭으로 주었습니다. 이 호칭을 그리스어로 번역하면 페트로스(Petros), 라틴어로 옮기면 페트루스(Petrus)가 됩니다. 여기서 베드로(Peter)라는 이름이 유래한 것입니다. 베드로는 마태오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라고 말한 대로 천국의 열쇠 꾸러미를 쥐고 있는 것으로 자주 묘사되므로 알아보기가 쉽습니다. 아래 그림에서도 열쇠를 들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요?
그런데 레오나르도의 그림에서 베드로는 왜 오른손에 단도를 들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베드로는 성격이 급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해 곧이곧대로 행동하는 편이었습니다. 공관복음서들은 모두 예수가 겟세마니에서 기도를 마친 후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보낸 성전 경비병들에게 사로잡혀 끌려가는 사건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때 베드로는 예수를 지키려고 가지고 있던 칼을 뽑아 경비병 가운데 수석 사제의 종을 내리쳐서 그의 오른쪽 귀를 잘라 버렸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베드로를 말리며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청할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 청하기만 하면 당장에 열두 군단이 넘는 천사들을 내 곁에 세워 주실 것이다. 그러면 일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성경 말씀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느냐?” 하고 나무랐습니다. 베드로의 단도는 앞으로 그가 벌이게 될 이러한 저항 행위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유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유다는 다 아시다시피 은화 서른 닢에 예수님을 팔아넘긴,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에서 '자신을 팔아넘길 것'이라고 예언했던 바로 그 제자이지요. 그의 배신으로 인해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당하게 되는데 그래서 기독교도들에게는 영원한 원망과 증오를 받는 인물입니다. 따라서 많은 화가들은 유다의 모습을 매우 어둡고 추한 악당의 모습으로 그리곤 했습니다. 그의 업보 때문에 당연히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성인으로 추대되지도 못하였지요. 다시 레오나르도 이전 조토와 카스타뇨가 그린 그림으로 돌아가 볼까요? 노란색 화살표로 표시한 인물이 바로 유다입니다. 어떻게 그려져 있나요? 우선 몇 가지 특징을 알 수 있는데요. 성인이 되지 못하였으므로 예수님과 다른 제자들에게 모두 있는 후광이 없습니다. 또한 다른 일행과 분리되어, 즉 왕따가 되어 식탁의 맞은편에 위치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과 같은 접시에 손을 담고 있게 그려지곤 합니다. 이것은 앞서 보여드렸던 공관 복음서의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라는 말씀, 혹은 요한 복음서의 “내가 빵을 적셔서 주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라는 말씀을 표현하려고 한 것입니다.
이런 유다가 레오나르도의 그림에서는 어떻게 그려졌나요? 그는 예수님의 예언을 듣고 놀란 나머지, 그리고 왼쪽 뒤에 있는 베드로의 격한 행동에 떠밀려 뒤로 반쯤 누운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얼굴은 모든 제자들 중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림에 드리운 자연스러운 조명과는 무관하게 가장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오른손에는 그가 유다임을 나타내는 은화 주머니를 꼭 쥐고 있고요, 그리고 그 손이 앞에 놓인 소금통을 건드려 그것을 엎어뜨리고 말았습니다.(현재 그림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서양에서 소금은 성스러운 물건으로 여겨지고 있지요. 소금을 쏟는 행위는 장차 큰 불행을 불러온다고 믿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겪으시게 될 고난과 유다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은 그의 왼손을 보실까요? 그의 왼손은 예수님의 오른손과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손은 공통적으로 앞에 놓인 빵 접시를 향하고 있는데 이것이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두 사람이 같은 그릇의 빵을 집으려 하는 복음서들의 내용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돈 주머니를 그러쥐고 있는 유다의 모습은 약간 중의적(重意的) 일 수도 있습니다. 유럽 미술에서 돈 가방은 보통 고리대금업을 주로 하고 있었던 유대인들을 상징하는 물건이었거든요. 아마도 레오나르도는 고리대금업과 탐욕을 죄악시하는 그리스도교의 비판적 입장을 거스르면서도 금전을 중시하는 유대인과 유다의 공통점을 보여주려 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유다의 모델이 과연 누구였는가 하는 것에 대하여도 의문이 남습니다. 등장인물들 중 유일하게 온갖 욕을 다 먹어야 할 인물인 유다의 모델로 과연 누가 자기 얼굴을 순순히 내어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실마리로 조반니 바티스타 지랄디라는 사람이 남긴 이야기가 있는데, 그는 레오나르도가 밀라노 외곽에 있는 보르게토라는 동네에서 극악하고 타락해 보이는 인물들의 얼굴 모습을 스케치해 왔다고 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은 스케치를 해왔을지도 모르지요. '보르게토'라는 말은 작은 자치구라는 뜻으로 유대인 집단 거주 구역인 '게토'와는 다른 것입니다. 따라서 레오나르도는 유다의 모델로 비유대인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유다의 모델에 관하여 또 하나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언제나 꾸물거리는 레오나르도의 작업 속도를 답답히 여기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원장 신부인 빈첸초 반델로가 어찌나 레오나르도를 닦달하여 작업을 어서 끝내라고 독촉하던지 화가 난 레오나르도가 이 짜증 나게 하는 신부를 유다의 얼굴로 남겨 대대로 망신을 주겠다고 벼른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 일화는 제가 조금 각색해서 '유다를 찾아서'에 담아 넣기도 했습니다.
(계속)
# 참고자료:
1.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다빈치). 하이덴라이히 지음/최승규 옮김/한명/2000년 12월
2.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 로스 킹 지음/황근하 옮김/세미콜론/2014년 05월
3. 다 빈치 코드. 댄 브라운 지음/양선아 옮김/베텔스만/2004년 07월
4. 다 빈치 코드의 비밀. 댄 버스틴 엮음/곽재은, 권영주 옮김/루비박스/2005년 3월
5.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다빈치 코드의 비밀). 마가렛 스타버드 지음/임경아 옮김/2004년 08월
6. 서양 미술사. E. H. 곰브리치 지음/백승길, 이종승 옮김/도서출판 예경/1997년 5월
7. 세계명화비밀. 모니카 봄 두첸 지음/김현우 옮김/생각의 나무/2002년 4월
8.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재원아트북 편집부 지음/재원/2004년 09월
9.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프랑크 죌너 지음/최재혁 옮김/마로니에북스/2006년 11월 9
10. 레오나르도 다 빈치: 르네상스의 천재. 프란체스카 데블리니 지음/한성경 옮김/마로니에북스/2008년 04월
11. 베드로 성인.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