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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Feb 12. 2022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다빈치 코드의 비밀-8

'유다를 찾아서' 되살리기 프로젝트

3) 예수와 마리아의 겉옷과 속옷의 색깔은 서로 거울 이미지이다. 파란색은 영적인 사랑과 정절, 진실을 나타낸다. 붉은색과 파란색은 왕족의 색으로 보이며, 여기서는 '왕가의 혈통'이라는 주제 그리고 베냐민 지파(마리아가 속한)와 다윗 지파(예수의 선조로 추정되는)의 결합을 상징한다.


중세 시대,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이 색이나 사물로 상징되는 의미들을 그림 속에 심어 두는 일은 드물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특히 종교화에서는 보통 예수 그리스도를 그릴 때에는 붉은색을, 성모 마리아를 그릴 때에는 파란색을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파란색은 말 그대로 영적인 사랑과 정절, 진실을 상징하는 것이었으며 붉은색은 순교와 예수가 흘린 피, 희생과 권력 등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다가 근대가 오기 전까지는 현재와는 반대로 붉은색이 남성성을, 파란색이 여성성을 나타내는 색이었습니다.

예수가 내의(內衣)로는 스스로를 상징하는 붉은색을, 외의(外衣)로는 정절을 의미하는 파란색 옷을 입은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도 요한이 예수와 거울 이미지 색상의 의상을 걸치고 있다는 것은 의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피에트리노의 모사화(模寫畵)를 보면 요한은 파란색 내의라기보다는 더 짙은 색의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빈치 코드'에서 주장하듯 서로 부부임을 보여주려는 듯 대칭되는 색깔의 옷을 깔맞춤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는 말입니다.


또한 그림 전체를 보면 파란색과 붉은색 외에도 노란색, 오렌지색, 연두색, 녹색, 회색 등이 어우러져 화려한 빛의 향연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요, 색의 대조와 간섭의 원리에 능통했던 레오나르도가 색상의 조화를 통하여 예수와 같은 특정 인물들을 돌출, 강조되어 보이게 하고, 나머지 인물들 및 배경이 그들을 뒷받침해주는 효과를 주도록 철저한 역할 분담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최후의 만찬에 사용되었던 물감 중 가장 귀한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황금색? 아닙니다. 파란색을 칠했던 울트라마린이 가장 밝고 값비싼 안료였습니다. 울트라마린은 오직 아프가니스탄에서만 공급받을 수 있었던 희귀한 재료였습니다. 15세기의 한 회화 관련 논문에서는 울트라마린을 '귀족의 색, 아름다운 색, 다른 모든 색을 뛰어넘는 완벽한 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약 30그램의 값이 8두카토에 달했는데, 이는 피렌체 가난한 일꾼의 일 년치 집세에 해당할 정도였기 때문에, 때로는 도둑들이 가끔씩 그려진 그림에서 물감을 벗겨 가기도 했었답니다. 따라서 이 색상은 '암굴의 성모'에 보이는 것처럼 주로 성모 마리아를 위한 채색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최후의 만찬 모사화를 보시면 예수의 망토는 물론 울트라마린으로 칠해졌습니다. 그밖에도 바르톨로메오, 베드로, 빌립보와 마태오의 의상에서도 유사한 울트라마린 색채가 보이는데요, 레오나르도는 이 그림을 위해 그 비싼 안료를 아낌없이 사용했다는 말입니다. 유다의 오른쪽 어깨에서도 파란색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울트라마린이 아닌, 값이 서른 배나 싼 남청색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여기서도 유다는 지었던 죄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받았군요. 재미있지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암굴의 성모, 1483-1485년 경, 루브르 박물관


4) 예수와 마리아 사이에 45도를 이루는 공간은 V 형태를 암시한다. 이것은 기호학적으로 성배, 여성의 성기, 자궁, 그리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나타내는 전형적인 상징이다.


예수와 사도 요한 사이에 왜 45도를 이루는 V 형태의 공간이 생기게 되었는지는 2) 번 코드의 설명에서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이것은 레오나르도가 예수 그리스도를 중앙에 외로이 떨어지게 하기 위해 만든 기법입니다. 그가 기호학을 염두에 두고 성배, 여성의 성기, 자궁 등을 의미하는 언어를 숨겨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약 30년 전, 제가 의과대학 학생이었던 시절, 정신과 실습을 돌던 때가 문득 기억납니다. 저는 당시 정신과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었는데요, 학창 시절에 '꿈의 해석', '정신 분석학' 등 프로이트의 책 몇 권을 읽고 그것들에 한창 심취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책 몇 권 읽었을 때가 가장 위험한 법이지요). 마침 그 당시 정신과 교수님 중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정통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어느 날 병원 건물에 그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러 가게 되었는데 마침 교수님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너무 열렬한 그분의 팬이었기 때문에 당장 사인이라도 받고 싶었지만 불행하게도 당시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그렇게 막역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저는 존경과 겸손의 표시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하얀 가운 위 허리띠 버클쯤에 위치시킨 채 가벼운 목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윽고 교수님의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본 강의에 앞서 분위기를 풀려고 하셨는지 교수님은 강의를 하러 올라오는 길에 만났던 한 제자에 대한 얘기를 꺼내셨습니다.

"내가 여기 오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학생 한 명이 나와 같이 오르더군. 아마 여기 강의실에 같이 들어와 있을 걸세. 그런데 그가 갑자기 나를 보더니 어찌했는 줄 아는가? 갑자기 두 손을 모으고 자기 남근(男根) 있는 곳에 가져다 대더군. 그리고 고개를 숙이는 거야. 이 행동이 무슨 의미를 가진 것인지 알겠나?... 바로 '거세불안(去勢不安)'의 표시라네. 아버지와 같이 무서운 존재인 스승을 만나 무의식적인 거세불안의 공포를 느낀 것이네. 그래서 자신의 남근을 보호하고자, 혹은 자기 남근이 거세되지 않고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남근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고 쳐다본 것이네."


네, 예상하셨겠지만 그 거세불안을 느꼈다는 학생은 바로 저였습니다.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존경했던 교수님을 만나 예의를 차리기 위해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목례를 한 것뿐인데 그것이 거세불안의 무의식적인 표현으로 해석될 줄은 몰랐거든요. 물론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정말로 거세불안을 확인하려고 그랬을 수 있고, 의식이 저의 수치스러움을 가리기 위해 공손한 예절로 눈가림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여간 약 두 시간의 강의 동안 제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정신분석학을 전공하시는 선생님들께는 튀어나온 것은 모두 남성의 성기, 오목한 것은 모두 여성의 성기로 비쳐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그분들을 비난하려는 뜻은 아닙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마찬가지로 기호학에 너무 심취한 분들께는 V자 형 공간이 무조건 여성의 자궁으로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 참고자료:   

    1.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다빈치). 하이덴라이히 지음/최승규 옮김/한명/2000년 12월  

    2.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 로스 킹 지음/황근하 옮김/세미콜론/2014년 05월  

    3. 다 빈치 코드. 댄 브라운 지음/양선아 옮김/베텔스만/2004년 07월  

    4. 다 빈치 코드의 비밀. 댄 버스틴 엮음/곽재은, 권영주 옮김/루비박스/2005년 3월  

    5.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다빈치 코드의 비밀). 마가렛 스타버드 지음/임경아 옮김/2004년 08월  

    6. 서양 미술사. E. H. 곰브리치 지음/백승길, 이종승 옮김/도서출판 예경/1997년 5월  

    7. 세계명화비밀. 모니카 봄 두첸 지음/김현우 옮김/생각의 나무/2002년 4월  

    8.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재원아트북 편집부 지음/재원/2004년 09월  

    9.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프랑크 죌너 지음/최재혁 옮김/마로니에북스/2006년 11월  9

    10. 레오나르도 다 빈치: 르네상스의 천재. 프란체스카 데블리니 지음/한성경 옮김/마로니에북스/200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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