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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Mar 14. 2022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다빈치 코드의 비밀-9

'유다를 찾아서' 되살리기 프로젝트

5) 마리아의 목을 겨냥해 마치 위협하듯 뻗은 베드로의 왼손은 예수 사후에 진행될 예수운동에서 그가 막달라 마리아와 경쟁 관계에 놓일 것이며, 또한 예수가 이 운동의 중요한 자리를 자신이 아닌 마리아에게 부여한 것을 두고 베드로가 느끼는 질투심을 보여주는 몸짓이다.


이것이 최후의 만찬에 숨어있는 다빈치 코드의 설명 중 가장 복잡한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반면에 가장 재미있는 역사이기도 하고요. 저는 물론 여러분들에게 조금은 생소할 이야기라서 길게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우선은 서양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대표적인 종교가 되었으며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성경은 어떤 연유로 만들어진 것인지 아셔야 하겠습니다.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 많이 보셨죠? 그런 영화들을 보시면 콜로세움에 기독교도들을 몰아넣고 맹수들을 풀어 잔인하게 처형하는 장면이 종종 들어 있을 것입니다. 기독교라는 것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탄압받던 종교였는데 언제, 어떠한 계기로 유럽의 주 종교가 되어, 중세와 근대를 넘어 현재까지 서양의 사상적 근간을 이루었을까요? 궁금해하셨던 적 많으셨지요? 


기독교가 예수 사후 약 3백 년 간 다신교를 믿던 로마 제국에서 배척받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일신을 섬기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사상적인 매력 때문에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꾸준히 교세를 확장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공식적인 용인(容認)을 얻게 되는데 그것이 서기 313년의 밀라노 칙령입니다. 당시는 로마 제국이 서쪽과 동쪽으로 나뉘어 서쪽은  콘스탄티누스 1세 황제가, 동쪽은 리키니우스 황제가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리키니우스가 콘스탄티누스의 누이와 결혼하게 되어 두 사람은 313년 밀라노 황궁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기독교를 합법화한다는 칙령에 서명하게 됩니다. 즉 로마 제국이 기타 종교 또는 "기독교 예배를 드리기로" 한 사람들에게 "전적인 관용"을 베푸는 것이 "바람직하면서도 가장 합당하다"는 내용을 공표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동안 박해했던 기독교를 단순히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장려까지 하겠다는 황제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을 건설한 황제로도 유명한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칙령 이후에 기독교로 개종하여 최초의 기독교도(基督敎徒) 로마 황제라는 영예까지 얻게 되지요. (사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그가 칙령 이후에 바로 개종한 것이 아니라 이보다 한참 뒤인 임종 직전에 개종한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1세(재위 306-337년)는 매우 정치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로 개종한 것도 진심이 아니라 방대해진 제국을 사상적으로 통합시키는 데 교회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신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숭배하는 그리스, 로마의 다신교와 그 밖의 이교들과는 달리, 기독교는 하나의 신, 하나의 예배 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독교로 개종한 이후에도 황제는 계속해서 이교 상징들을 주화(鑄貨)에 각인하였고, '솔 인빅투스(Sol Invictus)', 즉 이교도의 '무적의 태양'신을 숭배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그의 개종이 진실하지 않았다는 증거인지 아니면 기독교와 이교 양쪽 모두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책이었는지는 아직까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황제는 적절한 시기에 현명한 결정을 한 셈이었습니다. 어차피 기독교의 세는 점점 확장되어 탄압으로 막을 수 없는 단계였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그 힘을 받아들여 권력의 수중에 놓아둘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낸 것이었습니다.


황제는 이제 강력한 권력을 가진 정치 지도자로서,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교회의 사상과 관념을 통일시킬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당시 기독교는 수백 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초기 복음 전도자들의 설교 내용 중심에서 지방 교회의 신앙인 소모임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산재(散在)된 복음과 문서들이 작성되었으며, 또한 이것을 다양하게 해석하는 많은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교리도 사분오열(四分五裂)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2-3세기에는 예수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역사적 사실을 기술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문자주의(literalism)와 대비되어 하느님과의 사적인 소통, 느슨한 교회 조직, 은밀한 지식을 강조하는 영지주의(gnosticism)가 신도들을 끌어 모으기도 했습니다.(영지주의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번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2세기에서 4세기 초까지는 예수를 하느님보다 하위 존재,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존재하는 피조물, 신성(神性)이 없는 존재로 보는 아리우스 파가 상당한 세력을 키웠습니다.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이기는 했으나 그것이 다양한 교리로 분열되어 있다면 기독교를 통한 로마제국의 화합은 요원(遙遠)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혼란을 해결하는 길은 황제가 직접 나서서 기독교의 교리를 정리하고 통합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황제가, 그리고 로마가 기독교를 받아들인 가장 큰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콘스탄티누스는 서기 325년 6월 1일 자신의 니케아(현재 터키의 이즈니크) 별궁에 기독교 지도자들을 불러 모아 공의회(公議會)를 여는데 이것을 제1 차 니케아 공의회(First council of Nicaea)라고 부릅니다. 아마 이것이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일 것입니다. 현재 기독교의 정통 교리가 확립된 자리였으니까요. 이 회의에는 로마제국의 주교 3백 명 남짓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니케아 공의회

열띤 토론을 벌인 이들은 주교들이었지만 사실 이들을 조종하고 판정을 내린 이는 황제였습니다. 다시 말해 종교가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된 것입니다. 어쨌든 여기서 결정된 내용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니케아 신경(神經)을 통해, 삼위일체 교리가 보편 교리로 채택되었습니다. 둘째, 예수를 피조물이라 주장하는 아리우스 파를 이단으로 규정하여 교회에서 추방하였습니다. 셋째, 부활절을 춘분 후 만월 다음 일요일로 제정하였습니다. 여기서 니케아 신경이 무엇인지 설명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이는 공의회를 통해 만들어진 간략한 신앙 선언서입니다. 교회 가르침의 근본 골격을 이루는 전통 신앙을 요약했으며 공의회의 가장 뜨거운 논제였던 아리우스주의를 배격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그리고 유일한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독생자, 태초부터 계신 아버지의 아들을 믿사오니, 이는 (하느님으로부터의 하느님), 빛으로부터의 빛, 참 하느님으로부터의 참 하느님이시며, 태어났으되 창조되지 아니하셨고, 천지만물을 만드신 아버지와 동일 본질이시다.


결국 한마다로 말해서 '하느님과 예수님, 그리고 성령이 한 몸'이라는 삼위일체(三位一體)를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계속) 


# 참고자료:   

    1.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다빈치). 하이덴라이히 지음/최승규 옮김/한명/2000년 12월  

    2.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 로스 킹 지음/황근하 옮김/세미콜론/2014년 05월  

    3. 다 빈치 코드. 댄 브라운 지음/양선아 옮김/베텔스만/2004년 07월  

    4. 다 빈치 코드의 비밀. 댄 버스틴 엮음/곽재은, 권영주 옮김/루비박스/2005년 3월  

    5.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다빈치 코드의 비밀). 마가렛 스타버드 지음/임경아 옮김/2004년 08월  

    6. 서양 미술사. E. H. 곰브리치 지음/백승길, 이종승 옮김/도서출판 예경/1997년 5월  

    7. 세계명화비밀. 모니카 봄 두첸 지음/김현우 옮김/생각의 나무/2002년 4월  

    8.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재원아트북 편집부 지음/재원/2004년 09월  

    9.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프랑크 죌너 지음/최재혁 옮김/마로니에북스/2006년 11월  9

    10. 레오나르도 다 빈치: 르네상스의 천재. 프란체스카 데블리니 지음/한성경 옮김/마로니에북스/200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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