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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Feb 26. 2022

[한쪽 소설] 울보들아 들어라-12

마키아벨리가 고(告)함

나, 마키아벨리는 당시의 피에로의 결정에 반대한다. 나는 군주론 3장 '정복과 통치'에서 분명히 이렇게 말하였다. 


"무릇 백성이란 다정하게 다독이거나 아니면 철저히 제압해야 하는 대상이다. 사람은 작은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을 꾀하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보복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법이다. 부득불 백성에게 피해를 끼칠 경우 그들의 보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철저히 제압할 필요가 있다."


피에로는 두 사람의 주동자를 사형에 처하고 그 가문을 회생 불가능하게 철저히 짓밟았어야 했다. 피에로 당대와 그의 아들 '위대한' 로렌초의 집권 시기에는 그들에 의한 반란의 기운이 보이지 않았으나 1494년 프랑스군의 피렌체 침공 때 메디치 가문 축출에 앞장선 것은 다름아닌 피에로에게 용서받고 명맥을 유지한 소데리니 집안이었기 때문이다. 


울보들아, 여기까지 말하면 너희들은 내가 한 다른 말을 트집삼아 나를 공격할 것이다. 군주론 15장 '칭송과 비난'에서 말한 내용이다.


"품성 가운데 좋은 것을 구비하면 가장 뛰어난 인물이 돼 만인의 칭송을 받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런 품성을 구비하는 게 가능하지도 않고, 설령 그럴지라도 주어진 상황이 이런 품성을 발휘하도록 용납하지도 않는다. 신중한 군주라면 자신의 권력 기반을 상실케 만들 악인의 오명을 피해야만 한다. 설령 그런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오명일지라도 가급적 피하는 게 낫다. 부득불 그러할 수 없다면 권력 상실의 위험이 없는 경우는 그다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즉, 너희들은 피에로가 가진 관용이 피렌체 시민의 칭송과 존경을 이끌어내고 반대 세력의 복종을 유도해 국가의 화합과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 내었다고 말할 것이다. 피에로는 원한과 보복의 악순환이 자신의 아들과 자손들의 미래에 엄청난 시련을 안겨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복수의 본능과 쾌감을 참아내고 선행을 베풀었다. 그것이 짧은 그의 통치 기간을 거쳐 그의 아들 '위대한' 로렌초의 시기에 꽃을 피우도록 기반을 다졌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기간은 매우 짧았다. 나는 저 말의 바로 다음, 이런 말을 덧붙였다.  


"주의할 점은 악행 없이 권력을 보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악행으로 인한 오명도 크게 개의치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사항을 잘 고려할 경우 뛰어난 자질(virtu)로 보이는 일을 행하는 게 오히려 파멸을 초래할 수 있고, 반대로 악한 성향(vizio)으로 보이는 일을 행하는 게 오히려 안전과 번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피에로는 오명을 두려워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암살을 기도한 세력을 제거하는 것은 우리들의 시대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결코 오명을 쌓을 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의 잠재적인 견제 세력을 완전히 제압했어야 했다. 그래서 다시 기회가 생겼을 때 다시 그들이 고개를 들만한 여력을 철저히 소진시켜야 했다. 루카 피티와 니콜로 소데리니는 뜻하지 않게 너그러운 용서를 받고 회개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자손들은 그렇지 못하였다. 은혜의 기억은 공포와 다르게 쉽게 잊혀진다. 그들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입었던 시혜(施惠)는 결코 그들의 뼈에까지 대를 이어 각인되지는 않는다. 결국 로렌초의 시대가 저물고 못난 후손들이 메디치가를 이어받았을 때 그들은 다시 봉기하여 은인의 집안을 배신한다. 그것이 바로 '본성이 이기적인' 인간들의 행태이고 세상의 이치이다. 명심하라.

(계속)


* 위 내용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그가 주장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마키아벨리는 그가 지은 "피렌체사(史)'에서는 피에로의 관용을 추켜세웠습니다. 하지만 '피렌체사'는 분명 메디치가의 의뢰를 받아 저술한 것이기 때문에 그 책 안에서 메디치가를 비난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한편 군주론에 따르면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자질을 말하면서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데 저는 이것이 그의 본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그를 해석하는 사람들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이점을 이해하시고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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