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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Mar 01. 2022

[한쪽 소설] 울보들아 들어라-15

마키아벨리가 고(告)함

당시 파치가의 우두머리는 자코모 데 파치였다. 그는 로렌초와 막역한 사이였으며 메디치가의 저녁 식사에도 자주 초대되었다. 그는 신중했으며 사실 파치가의 음모를 실행하는 데에 주저하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에게는 과격한 조카가 있었다. 메디치의 전횡에 견딜 수 없다며 피렌체를 떠나 로마에서 살고 있던 프란체스코였다. 나는 나의 저서 피렌체사(史)에서 그를 이렇게 평한 바 있다.


"프란체스코는 파치 집안의 남자들 가운데서 가장 감수성이 강한 성격의 소유자요 혈기왕성한 사나이였다. 그것 때문에 일족의 다른 남자들에게 없는 것을 가질 수 있었고, 동시에 가진 것을 잃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축복은 아니다. 가진 것이, 누리고 있던 것을 잃게 만드는 단초(端初)가 되기도 한다. 그는 젊은 만큼 끓어오르는 혈기가 있었고 그 혈기가 과감한 행동을 부추겼다. 그는 부와 권력이라는 달콤한 미끼로 그의 백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끈질긴 설득이 결국 그의 죽음과 집안의 몰락을 앞당기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로마에서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교황 식스투스 4세, 그의 친척이자 이몰라의 영주 지롤라모 리아리오, 그리고 프란체스코 파치가 모였다. 병력을 이끄는 무사도 빠뜨릴 수 없었다.  교황청에 고용된 용병대장 몬테세코를 가담시켰다. 파치가의 인척으로 교황에 의해 억지로 임명된 피사의 대주교 살비아티도 메디치가에 원한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렇게 까지 모았으면 그들은 메디치 타도의 '드림팀'을 모았다고 자부했을 것이다. 사실 그랬다. 로렌초의 목숨은 이제 바람 앞의 등불이나 다름없었다.


멜로초 다 포를리가 그린 바르톨로메오 플라티나를 바티칸 도서관장에 임명하는 교황 식스투스 4세, 원근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암살 계획도 주도면밀하게 마련되었다. 메디치가에는 로렌초와 줄리아노, 두 형제가 있다. 이들을 동시에 제거하지 않으면 살아있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권력을 이어받아 가문의 명맥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반드시 이들을 같은 때, 같은 곳에서 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동시에 참석하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파치 일당은 적극적이었다. 우연에 기대 기회를 노리기보다는 두 사람이 동시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를 일부러 만들기로 했다.


로렌초와 줄리아노를 꾀어낼 수 있는 미끼를 찾던 그들은 라파엘로 리아리오 추기경을 생각해 낸다. 그것은 무릎을 칠 만큼 참으로 교묘한 수였다. 교황의 종손 뻘인 이 열일곱 살의 추기경은 피사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그가 부활절 휴가를 맞이하여 피사에서 가까운 피렌체를 방문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메디치의 두 형제는 이 거물을 맞이하고 접대하기 위해 부활절 행사 기간 내내 함께 붙어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여러 번의 암살 기회가 생기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이 방문에 그의 체류지 피사의 대주교가 동행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두 고위 성직자의 이 여행을 위해 교황청 용병대장 몬테세코와 그 부하 병사들이 경호를 위해 수행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프란체스코 파치는 백부 자코모에게 로마에 있는 파치 은행의 업무 보고를 한다는 구실로 오랜만에 피렌체로 돌아간다. 이리하여 살비아티 대주교, 용병대장 몬테세코, 프란체스코 파치 등 세 사람의 공범이 모두 아무런 의심 없이 피렌체 시내에 모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암살의 무대는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1478 4 26 부활절 아침, 산타 마리아  피오레 대성당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에서 열리는 미사 시간으로 결정되었다. 이들의 계획은 이랬다. 암살자들을  그룹으로 나눈다.  번째 그룹은 성당 안에서 미사가 시작되는 것을 신호로  사람을 죽인다. 그러기 위해  그룹은  패로 갈라져서  패는 로렌초를 ,  패는 줄리아노를 맡는다. 줄리아노의 살해는 프란체스코 파치와 그의 심복 반디니  사람이 맡기로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로렌초를 살해하기로 되어 있던 용병대장 몬테세코가 성당 안에서 사람을 죽이기는 싫다며 발뺌을 하였다. 하는  없이 대주교 살비아티 밑에 있는 수사  사람이 로렌초의 암살을 대신 맡았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아무래도 신속하고 정확한 암살은 살인의 경험이 많은 몬테세코 등이 수행했어야 했다. 그것을 아무리 증오심에 달아올랐다고는 하나 평생 사람을 살리기만 했지 죽여보지 못한  명의 수사에게 맡겼다는 것은 실패를 자초한 일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다시 다루겠다.


두 번째 그룹은 살비아티가 지휘하며, 미사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를 신호로 피렌체의 정청 팔라초 베키오를 점거하기로 한다. 종소리가 그칠 때쯤이면 자코모가 인솔하는 세 번째 그룹이 정청 앞의 시뇨리아 광장에 나아가, 시민들에게 메디치의 붕괴를 알리고 새 정권의 수립을 설득한다. 그러면 로렌초와 줄리아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시민들은 미래를 잃은 메디치가를 버리고 새로운 권력인 파치가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성당 안에서의 살인을 거절한 소심한 몬테세코는 암살 결행 후 술렁이는 시내를 장악하고 혹시나 벌어질지 모르는 소요를 진압하는 임무를 맡기로 한다.

모든 준비를 마친 암살자들은 부활절 미사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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