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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Mar 23. 2022

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17

파란 벽돌을 만나다.-2

파란 벽돌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 병실 환자의 회진이란 무엇인가?

네, 의사의 진료 행위는 몇 가지 형태로 분류되는데,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외래 진료 외에도, 입원 환자의 진료, 검사, 시술 및 수술 환자의 진료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입원 환자의 진료를 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병실 회진(回診)입니다. 보통 외래 진료로 검사, 치료해드리기에 복잡하거나 위중한 질환을 가진 분들은 병실에 입원을 하게 됩니다. 이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검사 및 처방을 하도록 결정하는 것이 회진입니다. 영어로는 rounding이라고 하는데 아마 이것을 그대로 번역해서 회진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의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매일 1-2회 시행합니다. 아침에 도는 것을 선호하는 의사도 있고, 오후에 도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의사도 있어서 언제 돌아야 한다는 제약은 없지만 대부분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을 정해 돌게 됩니다. 그래야 함께 진료하는 의사들도 편하고, 담당 의사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분들도 언제쯤 자기를 보는 의사가 올 것이라 예측 가능하니까요. 

사실 저는 더 이른 시간에 돌았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전공의들 교육받는 시간과 겹치고, 환자분들 아침잠을 방해하는 것 같기도 하여 대략 8시쯤으로 회진 시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당신은 회진 때 주로 무슨 일을 하나?

우선 입원하여 아직 수술을 받지 않은 환자분들의 수술 전 검사들을 챙깁니다. 혈액 검사나 마취에 필요한 검사들을 종합해서 환자분이 안전하게 마취, 수술이 가능할지, 추가로 해야 될 검사들이 있는지 점검합니다. 또한 다양한 영상의학적 검사들을 검토하고 그것들을 통해 외래에서 임시로 결정한 수술 방법이 적절할지, 아니라면 어떻게 수술 방법을 조정할지 동료 의사들과 다시 한번 상의합니다. 최선의 수술 방법이 결정되면 그것을 잘 시행하기 위해 수술 기구 등 세세한 준비물을 챙기기도 하고 준비 방법을 지시하기도 합니다. 

수술 후 환자라면 하루 동안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였는지, 정상적인 회복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만약 그것이 비정상적이라면 그 원인이 무엇이며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검토하기도 하고요.

그러고 나서는 환자 한분 한분을 침상으로 직접 찾아가 상태를 직접 문의하고, 확인하고, 궁금해하시는 것들을 답해 드립니다.

이미지 출처: SBS. 드라마와는 달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따라 다니지는 않아요.

- 보통 회진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제 경우 약 20-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저는 외과계 의사라서 주로 수술로 환자분들의 문제를 해결해드리기 때문에 병실 회진 때 할 일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반대로 주로 약물이나 시술로 치료하는 내과계 의사들은 이 회진이 매우 중요한데요, 회진 시간에 그 환자의 치료 계획이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게 됩니다. 아마 1시간 이상은 충분히 걸릴 것입니다. 저는 이런 의사도 봤는데요. 그의 환자들에 대해 얼마나 꼼꼼하고 강박적인지 아침 먹고 시작한 회진이 점심 먹을 때 끝나더라고요, 하하하. 오죽하면 그의 환자들이 '이제 좀 그만 하시라'고 말릴 정도였습니다.


- 하여간 당신은 조금만 틈을 주면 과장을 보태거나 거짓말을 하는 못된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아, 허풍을 약간 보태기는 했지만 아주 거짓말은 아닙니다. 의사들 중에는 자신의 환자들에 대해 매우 헌신적인 사람도 많습니다. 밖에서 흔히 하는 '정이 없고, 불친절하고, 제 밥그릇만 챙기는 사람들'이라는 욕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지요.


-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제 동료들 챙기는 일은 아주 잘하는 것 같다.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그렇게 동료들을 두둔하면서 묻어가려고 하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

네,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 그럼 아침 회진을 마치고는 무엇을 하는가?

오전의 외래나 수술 일정까지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남는데요, 그 업무들을 준비합니다. 외래 진료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드렸으니 이번에는 주로 수술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괜찮으실까요?


- 어차피 내가 말린다고 그 말을 들을 당신도 아니지 않나? 당신 마음대로 하라.

수술은 환자분의 몸에 상처를 내고 해야 하는 것이라서 미리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마취를 해야만 합니다. 마취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것은 나중에 시간이 되면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어떠한 형태의 마취든지 최소한 20-30분의 시간이 소요되지요. 이것은 마취과 전문의들이 맡아서 합니다.

즉, 수술장 운영 시간의 시작은 마취과 의사들이 각 수술방의 첫 번째 수술 환자에 대해 몇 시에 마취를 시작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것은 각 병원마다 다른데요. 어떤 병원은 오전 7시에, 어떤 병원은 8시, 혹은 9시에 시작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첫 수술이 언제 시작되는지는 마취과가 언제 마취를 시작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말입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오전 8시에 모든 수술방의 마취가 일제히 시작됩니다. 보시면 참으로 장관일 것입니다.


- 잠깐, 아까 당신이 회진을 8시에 시작하고 그것이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그런데 또 당신 환자의 마취가 8시에 시작된다고 한다. 그러면 당신 환자가 마취되는 동안 당신은 그 옆에 있지 않는 것인가?

네, 환자분의 마취가 진행되는 동안 제가 그 옆에 있을 필요는 없고, 제 팀의 전공의가 마취과 의사를 도와 함께 시행합니다. 경험 많은 전문의인 마취과 의사가 마취 과정 전반에 걸쳐 책임을 지고 해 드리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설령 제가 옆에 있더라도 저는 그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일천하여 별로 도움이 되지를 못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마취보다는 수술에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 당신 방에서 어떻게 수술에 집중한다는 것인가? 괜히 남는 시간에 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닙니다. 마취가 끝난 후 수술방의 호출이 있기 전까지 제 방에서 곧 수술하게 될 환자분의 영상 자료를 다시 한번 검토하면서 수술 술기들을 재확인합니다. 쉽게 말해서 머릿속으로 수술을 미리 해보는 것입니다. 때로는 수술 중 벌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을 가정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연습해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수술을 더욱 쉽고 능숙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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