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19
파란 벽돌을 만나다.-4
파란 벽돌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아까 하얀 거탑의 한 장면을 예로 들었는데 사실 하얀 거탑은 우리나라 의학 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특히 수술장 장면은 수술실 세트를 따로 만들 정도로 공을 들였으며 또한 사실적이어서 시청자들은 물론 의사에게까지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의료진이 아닌 사람들은 수술받는 환자의 입장이 아니라면 수술장에 들어가 볼 기회가 거의 없다. 환자로 그곳을 들어간다 하더라도 수술 중 마취가 되고 진정제를 투여받으며 자신의 눈앞을 가로지르는 스크린에 가려져서 사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이번 기회에 내가 독자들을 대신하여 몇 가지 질문을 하려고 한다.
네, 얼마든지 물어보십시오. 그런데 조금 서운한 게 있습니다. 이전 글에 몇 분의 독자님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제 글을 재미있어하는 분보다는 하얀 거탑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뭐, 어쩔 수 없지요. 일단 재미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니까요. 아, 마침 독자님이신 씨네 님이 댓글을 통해 하얀 거탑의 주제곡을 올려 주셨습니다. 이것을 배경 음악으로 깔아놓고 들으시면 분위기가 더 살아날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W4sTRi1dGs
- 대단한 독자님이군. 당신, 열혈 독자는 얼마 되지 않으나 그 질이 매우 높은 것 같다. 축하한다. 그건 그렇고 우선 저 주제곡의 제목에 대해 물어보자. 곡명이 B rossette이다. 로젯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
네, 우선 한 가지 오류 수정을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곡의 제목이 B rossette으로 나와 있는데 아마도 작곡가가 철자 오기를 한 것 같습니다. rossette의 올바른 철자는 s가 하나인 rosette입니다.
그렇다면 로젯이 무슨 뜻이냐? 영어 사전을 찾아보시면 rosette은 '장미모양, 혹은 장미모양의 리본'으로 나옵니다. rosette은 원래 장미인 rose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금방 이해하실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수술장에 왜 장미가 피어 있느냐? "수술받으러 들어오시는 환자분들에게 안정을 주기 위해 장미를 준비한 것이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고.... "의료진이 차분히 수술을 진행하도록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 잠깐, 당신, 그 약장수 같은 말투를 삼가길 바란다. 대학교수면 교수답게 과장하지 말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라.
아, 독자님들이 이해하시기 쉽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수술장은 로젯이라고 불리는 단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앙에 꽃술처럼 수술실을 컨트롤하기 위한 공간이 배치되어 있고 이 주변으로 장미꽃잎이 피어나듯 둥그렇게 4-6개의 수술실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미 한 송이에 해당하는 단위를 로젯이라고 부릅니다. 정말 낭만적이지요? 여하튼 전체 수술장에는 수술실의 수에 따라 여러 개의 로젯이 만들어질 텐데요, 그것들을 차례대로 A 로젯, B 로젯, C 로젯....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각 로젯은 가급적 동일 과의 수술실들로 구성되도록 만듭니다. 그래야 공통으로 사용하는 수술 기구와 전문적인 수술 인력을 배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장 로젯 (이미지 출처: blog 의학살롱)이 곡의 제목의 B 로젯이라고 했지요. 아마도 극 중에서 "장준혁 선생님(주인공 이름), B 로젯!, 장준혁 선생님, B 로젯!"이라는 호출이 자주 나와, 주인공이 수술하는 공간이라고 해서 그렇게 곡명을 붙인 것 같습니다. 결국 B 로젯은 주인공이 일하는 병원 수술장 안의 두 번째 수술실 단위쯤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만약 B 로젯에 수술실이 6개 있다면 B로젯 1번 방부터.... B로젯 6번 방까지 있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처럼 의료진을 호출할 때에도 'B 로젯' 보다는 'B 로젯 1번 방' 혹은 'B 1번 방' 등 수술실을 정확히 지정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로젯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해드린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s://m.blog.naver.com/shapres/120133758849
(계속)
* 훌륭한 댓글들을 달아주셔서 급하게 글 하나 더 써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