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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Apr 08. 2022

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41

의학 드라마의 수술 장면을 재미있게 보려면-9

https://www.youtube.com/watch?v=nOX-9KxESbc

하얀 거탑의 1회입니다. 수술장 장면부터 시작하는데요, 위험한 순간마다 냉철한 의사의 현명한 대처로 결국 환자를 살려내는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이전 글들을 모두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제 집도의가 수술장에서 중얼거리는 내용이 반 이상은 귀에 들릴 것 같습니다. 수술장 용어에 많이 친숙해졌으니까요. 그런데 아직 생소한 용어가 있네요. 동영상의 4분경부터 장준혁 교수가 외치는 '메첸'이라는 단어입니다. 이것은 외과 수술에 사용되는 가위의 일종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외과용 가위들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우선 간단히 아래 동영상을 먼저 보고 가시는 것이 이해하시기 더 쉬울 것 같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7XDhp1IBpuE


8. 외과용 가위

1) 메첸바움 가위 (Metzenbaum scissors)

'메첸(Metzen)'은 원명인 '메첸바움(Metzenbaum)을 발음하기 쉽게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더 줄여서 '메츠(Metz)'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메첸바움은 이런 모양의 가위를 만든 Dr. Myron Firth Metzenbaum의 이름을 딴 것인데, 그는 구강 수술과 재건수술을 주로 하던 이비인후과 의사였다고 합니다. 그가 자신의 수술을 하다가 "이런 가위가 있으면 더 편하겠다." 생각해서 개발한 것이지요.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가 되었다는 말이군요. 보통은 불편해도 귀찮아서 참고 쓰는데 그것을 개량하고 새로 만들 줄도 알았다니 도전적이고 부지런한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매우 편한 수술 기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의 비디오에서 보시면 세 가지의 메첸바움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보다도 종류가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은 줄기 부분과 날의 길이가 짧은 것부터 긴 것까지 크기별로 나뉘며, 날의 모양이 똑바른 것, 그리고 휘어진 것이 있어 이 조합들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게 구성됩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이지는 않고 이러한 형태로 생긴 가위를 모두 메첸바움이라고 부릅니다. 

메첸바움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첫째, 지렛대 부분은 길고 날의 길이는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손잡이를 많이 벌리고 오므려도 날의 움직임은 작다는 말이지요. 따라서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줄기와 날 부위가 모두 가늘게 생겼습니다. 큰 힘이 가해지지는 않겠군요. 셋째,  맏물리는 가위 날뿐만 아니라 날의 등부분도 약간은 날카롭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날의 등부위가 왜 얇게 다듬어져 있는 것일까요? 일반분들은 가위의 용도가 조직을 자르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외과 수술에서 가위의 사용은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체는 많은 부위에서 층이 져 있습니다. 마치 수십 개의 층이 쌓인 페이스트리 빵과 같습니다. 한 층을 가르고 나면 또 다른 층이 나오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말이지요. 예를 들어 복부의 전면에 피부 절개를 가하면 그 밑에 피부하 지방층이 나옵니다. 이것을 가르면 근막층이 나오고, 또 이것을 가르면 네 개의 근육층이 있습니다. 네 개를 모두 가르면 다시 근막층이 나오고 그것을 갈라야만 그제야 복막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장기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이 복막도 갈라야 합니다. 이렇게 층층이 나뉘어 있는 조직들을 따로 분리하기 위해서는 마치 포를 뜰 때 쓰는 얇은 날 같은 것이 필요한데요, 조금 까다로운 게 이것이 너무 날카로워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박리하다가 조직에 구멍을 내거나 잘라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따라서 쉽게 잘리지 않는 무딘 날 같은 것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것을 가위 날의 등부위를 얇게 다듬어 설치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외과용 가위는 날 부위를 벌릴 때 그 등부위를 이용해 조직의 층을 박리하고 오므릴 때는 조직을 자르는 두 가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메첸바움의 특징을 종합해보면 그 용도가 계산되는데요. 결국 강도가 강하지 않은 조직을 섬세하게 박리하고 그것을 자를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몸의 조직들이 모두 이렇게 약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더 질기고 강력한 조직을 자를 때에는 무엇을 사용할까요?


2) 메이요 가위(Mayo scissors)

메이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Mayo Clinic의 이름에서 따온 말입니다. 이 병원의 설립자가 William Worral Mayo이었으며 그의 이름을 따 병원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미국 로체스터에 위치한 메이요 클리닉은 아직까지도 병원 순위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전통적인 명문 병원입니다. 외과도 당연히 매우 유명했는데 여기서 많은 수술을 하면서 필요에 따라 각종 수술 기구를 개발하여 병원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결국은 설립자의 이름이었지만요. 대표적인 것으로 Mayo scissors, Mayo forceps, Mayo surgical stands, Mayo retractors, Mayo-Gibbon heart-lung machine, Mayo sterile surgical camera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대단하지요? 

메첸바움과 비교하여 메이요 가위의 특징은 어떤가요? 우선 날 부위가 길고, 줄기와 날이 두껍습니다. 메첸바움보다는 조작이 좀 더 과감할 수 있고 강하기 때문에 더욱 질긴 조직을 박리하고 자르는 데 더 용이할 것입니다. 네, 딱 그런 용도로 사용합니다. 메첸과 마찬가지로 크기가 다양하고 날 부위가 곧은 것, 휘어진 것 모두 있어서 필요에 따라 여러 개를 준비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중에 날이 똑바른 메이요 가위를 '봉합 가위(Suture Scissors)'라고 하여 상처를 꼬매고 난 실을 끊어내는 데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봉합사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따라서 힘이 약한 메첸 등으로 자르면 가윗날이 상하고 경첩이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졸던 초보 의사가 집도의가 실을 자르라는 '컷(cut)' 지시에 메첸을 들고 덤비면 크게 혼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아예 실을 끊기 위해 특화된 가위가 따로 준비되기도 하는데 이것을 '컷 가위(cut scissors)'라고 합니다. 아래에 보이는 가위를 보실까요? 한쪽 날은 세모로 또 다른 날은 네모로 생겼지요. 세모로 된 날 부위를 실에 대고 깊이를 조절해서 자르면 날의 높이에 따라 봉합사 끝의 남는 부분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딱 실을 끊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것이지요.  이런 가위는 실뿐만 아니라 인체가 아닌 수술포 등을 자를 때에도 막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말로는 '막가위'라고도 불립니다.


3) 아이리스 가위(Iris scissors)

아이리스 가위는 크기가 매우 작습니다. 날의 끝은 매우 날카롭고 가늡니다. 거기다가 메첸처럼 날 부위가 짧고 지렛대 부위가 길어서 상당히 섬세한 조작을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부위를 수술하기에 적합하겠지요? 네, 그래서 원래 안과 수술용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이름에도 iris(홍채)라는 단어가 붙어있으니까 눈치는 채셨겠지요. 역시 날이 곧은 것과 휜 것이 있습니다.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작은 신경 수술에도 흔하게 사용됩니다. 하지만 드라마에 주로 나오는 복부나 흉부 수술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 이름을 들을 기회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4) 드레싱용 가위(bandage scissors)

저년차 전공의의 가운 주머니에 들어있는 그들만의 필수품이지요. 주로 상처부에 붙이는 거즈를 다듬거나 반창고를 자를 때에 사용합니다. 붕대를 자를 때에도 쓰이고요. 드레싱은 환자의 상처부를 소독하고 거즈나 붕대를 갈아주는 것을 말하지요? 그럴 때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보셨을 것입니다. 환자의 피부에 닿는 날에는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뭉툭한 마무리가 되어 있습니다. 붕대나 거즈를 자르기 쉽게 각이 져 있고요. 크기가 제법 크고 강해서 못 자르는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여러분들에게는 가장 친숙한 가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은 수술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위의 종류를 알아보았습니다. 드라마의 수술 장면에서는 기껏해야 메첸바움이나 메이요 가위 정도만 등장할 것입니다. 수술 도중 가위는 조직을 자르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의 층을 박리하는 목적으로도 쓰인다는 것을 알고 계시면 수술 장면이 더 흥미롭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미리 써 놓지 않고 마치 일기 쓰듯이 그날그날 글을 써 올리려니 문장도 매끄럽지 않고 내용도 충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굳이 깊이가 필요하지도 않은 글이니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수술장에서 흔히 쓰이는 겸자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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