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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Apr 10. 2022

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42

의학 드라마의 수술 장면을 재미있게 보려면-10

https://www.youtube.com/watch?v=nOX-9KxESbc


8. 겸자(鉗子)

드라마 동영상 3분 50초경에 최준혁 교수가 '믹스터'를 달라고 말하는데요, ('하나 더' 달라고 하는 기구입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믹스터는 외과 수술에 사용되는 겸자(鉗子)의 일종입니다. 겸자란 용어가 익숙하지 않으시지요? 의사들도 의과대학에 다니면서야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데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의아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겸자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겸자鉗子  

명사 의학 날이 서지 않은 가위 모양으로 생긴 외과 수술 기구. 조직이나 기관을 집어서 누르거나 고정하는 데에 쓴다. 분만 집게, 지혈 집게 따위가 있다.  


우리말로는 집게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영어로는 clamp나 forceps라고 합니다. 가위처럼 날이 서서 조직을 자르는데 쓰는 것이 아닌, 날이 없이 뭉툭한 끝을 가지고 조직이나 물건을 집거나 잡아 놓는데 쓰는 기구입니다. 종류가 매우 많고 크기도 다양합니다. 생김새도 비슷한 것이 많아서 명칭마저 서로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아마 수술에 직접 임하는 의사들도 정확한 이름을 잘 모르고 그저 평상시 쓰는 몇 가지를 부르던 대로 부르며 사용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저도 그러니까요. 그래서 각각의 겸자를 자세히 설명드리는 것보다는 중요한 용도에 따라 분류하고 그 종류 안에 흔하게 쓰이는 겸자의 이름 정도만 말씀드리는 것이 이해하시기 쉬울 것 같습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주세요.


외과용 겸자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우리들 실생활에 많이 사용하는 핀셋처럼, 손가락으로 잡아 쥐는 thumb forceps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surgical tweezers, gripping forceps라고도 하며 잠금장치가 없기 때문에 non-locking forceps, 혹은 pinning forceps라고도 합니다. 

두 번째는 손가락을 끼우는 손잡이가 달린 가위 모양의 기구인데 고리가 달렸다고 해서 ring foceps라 합니다. 주로 혈관을 잡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지혈 겸자(hemostat 혹은 hemostatic forceps), 혹은 잠금장치가 있기 때문에 locking forceps라고도 합니다. 우선 두 번째 지혈 검자형부터 보겠습니다.


1) Locking forceps

지혈 겸자(hemostat 혹은 hemostatic clamp), 동맥 겸자(arterial forceps), 혹은 근대적 모형의 개발자인 Jules-Emile Pean의 이름을 따 그냥 pean 겸자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서 잠깐, 생소하게 느껴지실 hemostat란 말의 어원을 살펴볼까요? 라틴어에서 hemo는 피, stasis는 정체, 멈춤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hemostat가 지혈이 되는 것입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혈관에서 나오는 출혈부를 집어서 멈추기 위해 많이 사용합니다. 일단 멈춘 후에는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실로 tie를 해서 완전히 묶어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기구들은 공통적으로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요. 우선은 앞선 시간에 말씀드린 수술용 가위와 유사한 형태로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가위의 날 부위에 날카로운 날(blade)이 서 있는 대신에 마치 핀셋과 같이 뭉툭하게 맞물리는 아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앞으로는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 이 부위를 영어 명칭을 따라 턱(jaw)라고 부르겠습니다. 턱에는 조직을 단단히 물기 위해 톱니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손으로 잡는 머리 부분에는 가위처럼 링 모양의 손잡이가 있습니다. 손가락을 끼워서 조작이 쉽게 하기 위한 것이지요. 손잡이를 오므리면 턱도 조여집니다. 반대로 손잡이를 벌리면 턱도 벌어지게 됩니다. 손잡이 옆에는 안쪽으로 뾰족하게 돌출된 클램프 형 잠금장치가 있습니다. 클램프의 마주 보는 양면에 역시 톱니 같은 것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보이시지요? 손잡이를 오므리면 이것들이 '따라락' 소리를 내면서 잠기게 됩니다. 경첩을 거쳐 턱이 맞물린 채 풀리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턱이 꼭 오므려져서 혈관을 조이고 있는 것이지요. 잠금을 풀 때는 어떻게 할까요? 손바닥으로 손잡이를 쥐고 양쪽을 비틀면 '탁'하고 한꺼번에 잠금이 풀리게 됩니다. 이러한 기구를 조여서 잠갔다가 원할 때 풀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초보 외과 의사들은 타이를 연습하듯 기구 하나를 손에 쥐고 다니면서 계속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수술장에서 이러한 기구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따라락'하며 잠기는 소리와 '탁'하고 풀리는 소리가 굉장히 리드미컬하게 들리는데 상당히 기분 좋은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해드린 동영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GCEB6zkYTE


이러한 기구들은 말씀드린 것처럼 주로 출혈부를 잡아 피를 멈추게 하기 위해 쓰이지만 그것 외에도 조직을 박리하고 잠시 잡아 놓으려는 목적으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이러한 외과적 조작은 수술의 단계에 따라, 또한 직접 다루고 있는 조직이나 장기의 크기에 따라, 혹은 다양한 수술 작업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그래서 그때그때 필요한 지혈 겸자의 크기와 생김새도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지혈 겸자는 매우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에 따라 이름도 달라집니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다 아실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이 글의 목적이 의학 드라마의 수술 장면을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드라마에 등장할 만한 몇 가지 기구 정도만 언급하겠습니다.


- 모스키토(mosquito)

'모스키토라니 모기라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수술실에는 모기가 있습니다. 재미있지요? 가장 작은 크기의 지혈 겸자이고 그것이 모기 주둥이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 같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생겼습니다. 가위에서처럼 턱이 똑바른 것, 그리고 휘어져 있는 것이 있습니다. 어느 기구에서나 마찬가지로 똑바른 것을 straight, 휘어진 것을 curved라고 따로 호칭하면 됩니다. 드라마 동영상에서는 4분 10초경에 장준혁 교수가 달라고 하네요.

- 헤모스태트(hemostat)

모기보다 약간 큰 지혈 겸자를 가리켜 헤모스태트라고도 부릅니다. 

- 켈리(Kelly)

헤모스태트보다 더 크고 강력하게 생겼습니다. 따라서 비교적 큰 혈관을 조이거나 질긴 조직을 물고 있기에 적합합니다. 역시 곧바른 것과 휘어진 것이 있습니다. 복부와 흉부 수술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기구일 것입니다.


- 믹스터(Mixter)

자, 드디어 장준혁 교수가 좋아하는 믹스터가 등장했군요. 그런데 이것은 턱이 조금 특이하게 생겼지요? 네, 직각으로 꺾여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지혈 겸자를 모두 right angle이라고 부릅니다. 믹스터는 그중에 한 종류이지요. 직각으로 생긴 만큼 혈관이나 작은 조직을 박리하고 그것을 집어 놓기에 편리합니다. 아마 우리 장준혁 교수가 당시에 혈관 주변을 만지고 있었나 봅니다. 이제 수술 기구 이름만 듣고도 드라마의 주인공이 어느 부위를 수술하고 있는지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 코커(Kocher)

이것도 좀 특이하게 생겼네요. 턱의 끝 부위에 이빨이 달려 있습니다. 이런 것으로 물어놓으면 물린 부위가 찢어지지 않는 한 풀리는 법은 없겠지요? 네, 이 기구의 용도는 주로 질긴 조직을 강하게 집어 놓거나 혹은 집어서 끌어당기기 위한 것입니다. 수술 장면에서 가끔 이름이 불리기도 합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동영상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nU1uZ9NwPQ

(계속)


*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말씀드리면 머리도 복잡해지고 질려서 더 알고 싶지 않은 역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정리하려고 합니다. 내일은 잠금장치가 없는 thumb forceps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 재미있게 읽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제 기분에 취해서 너무 자세히 말씀드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지루하시면 알려 주세요. 빠르게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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