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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Apr 14. 2022

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47

의사의 연구-1

제가 맨 처음 글에서 의과대학 교수로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이 크게 진료, 연구, 교육, 세 가지로 나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제 그중 진료 분야가 겨우 끝났습니다.

"아휴, 이 지루한 얘기를 언제까지 끌려고 그러는 거야? 오늘은, 내일은, 하면서 참아왔는데 이제 도저히 더 견딜 수가 없네. 당장 구독 취소해야겠다."

라고 생각하시는 독자님들이 계신다면 구독 취소 버튼으로 향하는 손을 잠시만 멈추시고 제 변명을 들어주십시오. 


원래 이 제목의 글은 약 열 편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을 간단히 소개드리려고 한 것이었는데 저의 못된 버릇이 동하면서 일을 점점 크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좋게 말하면 상상력이 풍부하고, 솔직히 말하면 사고의 비약이 심해서 한 가지 주제를 다루다가도 그 관심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기를 잘합니다. 그래서 간단한 이야기를 시작하더라도 그것이 이리저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정신을 차려보면 엉뚱한 곳에 가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제목의 글쓰기도 그러하였습니다.


평상시 중요한 일이나 논문을 쓸 때라면 중간중간 과도한 열정을 다스리고, 생각의 지리멸렬을 자제하여 겨우겨우 본론의 큰 흐름을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요. 이번에는 억지로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저의 펜을 방목해 보았습니다.

"그래, 얼마나 참았던 말이 많았으면 그러겠냐. 네 마음대로 한 번 지껄여 봐라. 어디서 이런 짓을 또 해보겠냐." 

하는 억눌렸던 자신에 대한 측은함 반, 말을 듣지 않는 자아에 대한 자포자기가 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시시껄렁한 눌변을 아직까지도 잘 참아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의과대학 교수, 아니 의사의 연구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여러분들에게는 생소하고 또한 재미도 없을 내용이라서 정말 간단히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무슨 연구를 한다는 것일까요? 의사가 연구를 한다고 하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혹시 환자들을 이용해 일제시대 731 부대 같은 인체 실험을 하는 것 아니야?"

"병원에서 치료받았던 내 자료가 연구대상으로 쓰이는 것 아닌가?"

"나에게 새로운 치료 방법을 권유했던 것이 나를 실험대상으로 쓰려고 그랬던 것 아니야?"

그러면서 많이 불안해하실 텐데요. 의사들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들으시면 이런 오해들이 많이 풀리게 될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메디게이트

의학의 분야는 너무나도 광범위해서 그 세세한 면을 모두 들여다보기는 힘듭니다. 설령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아마 독자님들의 흥미를 끌기 어려워서 졸음만 유발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저처럼 평범한 의사들이 하는 연구의 분야와 방법에 대해서만 맛보기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만 알아두셔도 어쩌다가 병원을 방문하여 접할지도 모르는 임상 시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없애고 환자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의사들의 연구에 협조하실 수 있게 만들어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본인 자료의 노출을 꺼리는 분들이 혹시 임상 시험에 참여하지 않아 병원으로부터 역차별을 받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없애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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