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짜리 소설]
도와줘요, 하이드 양(孃)-14

미스터 하이드

by 파란 벽돌

과장을 만나야겠다고 해서 친구네 집 초인종 누르고 들어가듯 그의 방을 드나들 수는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는 병원에서 큰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고 항상 분주했어요. 의사들을 비롯한 병원 직원부터 저와 같은 제약회사의 세일즈 직원들까지 그를 만나기는커녕 눈 한 번 맞추기도 어려울 지경이었어요. 예의 없이 그가 원하지 않을 때 방문을 노크했다가는 오히려 사달이 날 수 있어요. 할 수 없이 몇 날 며칠을 그의 외래 앞에서 기다리다가 어렵사리 과장실에서의 약속 시간을 잡게 되었어요.

그의 방에 들어가기 전 몇 번 심호흡을 했어요. 막상 문 앞에 서니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도희는 지금까지 잘 해왔어요.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자기 암시를 걸었지요.

“네, 들어오세요.”

과장의 목소리가 들리고 속으로 셋을 센 후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안녕하십니까, 과장님."

미소를 짓고, 또 한 번 명함을 건네고,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죠. 원래 인사는 알아봐 줄 때까지 하는 거거든요.

“일산 제약의 지도희 과장이라고 합니다. 바쁘실 텐데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지도희 과장님? 그런데 무슨 일로 만나자고 하신 건가요?”

“얼마 전 저희 회사에서 새로 개발한 B형 간염 항체 제품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려고요.”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헛걸음하신 것 같네요. 그 약품이라면 저희가 이미 사용하는 것이 있는데요. CNJ에서 나오는…. 지 과장님도 잘 아시겠지요? 우리 과가 그동안 잘 쓰고 있던 약을 갑자기 바꿔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말투는 한없이 부드러웠지만 과장의 시선은 차갑게 나의 얼굴에 닿았어요. 당황한 나를 조소하듯이 미소를 머금고 말이지요. 그 미소는 마치 뱀의 혀처럼 끈적였지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게 만드는 눈길이었어요. 그래요, 언젠가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제일대학병원 산부인과 과장을 만났었던 때였지요. 만약 내과 과장이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면….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나에게는 고민을 할 시간도 없었어요. 대화의 분위기가 식거나 그대로 마무리된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는 거거든요.

“뭐, 특별히 바꾸셔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네? 이유가 없다고요?”

당돌한 대답에 과장이 놀란 것 같았어요. 한숨을 돌렸어요. 이제 겨우 관심을 좀 끌긴 했거든요.

“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다시 한번만 고려해주신다면 저희가 내과를 위해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꽤 많이 있기는 합니다.”

나는 미리 적어간 서류를 내밀었어요. 사장님께 강력히 요구해서 회사로서는 상당히 무리가 되는 조건들을 몇 개 마련해 왔어요. 사운이 걸린 일이라는 핑계로 말이죠. 하지만 그것들이 음흉한 과장의 흥미를 끌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었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