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요, 하이드 양
저녁 장소는 고급 일식집으로 잡았어요. 둘이 조용히 얘기할 수 있는 방으로요. 아직 협상의 세부 사항에 대해 마무리 지을 것들이 있었거든요.
“과장님, 이렇게 식사까지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아니, 초대해준 것은 도희 씨지요.”
“아닙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주신 것만 해도 초대해 주신 것과 다름없습니다.”
나, 말 엄청나게 잘하죠? 괜히 1, 2위를 다투는 직원이 아니라니까요.
“그건 그렇고, 한 잔씩 할까?”
“죄송하지만 제가 건강이 좋지 못해서 술을 못 마십니다.”
오늘은 미스 하이드가 나와서는 안 돼요. 녀석은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으려 했지만, 남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데에는 무관심했어요. 거기다가 몇 년 동안 만난 적도 없었죠.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몰라요. 지난번 선 교수 회식 때처럼 소란이라도 피우면 모든 것이 끝나버릴 거예요.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있나? 이렇게 성의 없으면 서운해요. 못 마시면 마시는 척만이라도 하고. 우리 둘밖에 없는데 나만 마시자니 너무 심심하고 어색하잖아.”
남자들은 왜 그리 여자들에게 술을 못 먹여 안달인지 모르겠어요. 마시고 싶으면 혼자 마시면 되지. 마침 들어온 식사 시중드는 아가씨에게 물어, 어쩔 수 없이 고급 사케를 주문했어요. 둘 뿐이라서 술잔을 마다하기도, 술을 물컵에 따라 버리기도 곤란하더군요. 할 수 없이 물을 많이 마셔가면서 알코올 농도를 조절했어요.
요리는 맛있었어요. 까다로운 과장의 입맛에 맞춰 유명한 고급 요릿집으로 정했거든요. 술도요. 역시 비싼 만큼 값을 하더군요. 사람도 그래야 해요.
“어디 아까 그 얘기 좀 계속해볼까?”
나는 목소리를 낮춰 얘기를 꺼냈어요.
“그러니까 과장님, 낮에 말씀드린 대로 매출이 발생하면 그것의 3%를 내과 의국을 위해 사용하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과장님이 원하시는 형태로요.”
“내가 원하는 형태라니?”
“가령 의국에서 만드신 연구학회 법인에 기부해도 되고, 저희가 따로 학술 대회 등의 행사를 준비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법적인 문제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걱정 마시고요.”
“그럴 수가 있나? 밖에 알려지면 나만 망신당할 수 있는 거지. 알면서 왜 그러나. 자, 한 잔 들지. 더 좋은 안을 보여줘야 나도 설득이 될 수 있지, 안 그런가?”
“더 좋은 안이라 하시면…”
“내가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 의국을 위할 필요가 있나? 나 살기도 빠듯한데…”
“무슨 말씀이신지…. 그렇다면 과장님께 직접? 그건 어려운 일인데요. 그건 불법이라 과장님이 크게 다치실 수 있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이고요.”
“어허, 그런 모험도 없이 세상 살아갈 수 있겠나? 내가 어디 한두 해 도희 씨 같은 사람 만나보는 줄 아나.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 방법이 있을 걸세. 허허허.”
과장은 연신 술을 권했어요. 긴장한 데다가 예상 못 했던 요구에 술잔을 마다할 수 없었어요. 역시 과장은 능구렁이였어요. 생각지도 못한 공격으로 점점 코너로 몰리고 있었어요. (계속)
*안 그러시겠지만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는데 이것은 제가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상황입니다. 이런 일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