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의 비밀
고민하던 레오나르도는 그리던 그림을 중단한 채 스케치북을 들고 두오모 시장에 나섰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그곳에서, 살아있는 사람들 가운데 서 있다 보면 예수님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를 찾아 낼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서 말이다. 미친 사람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하고 베낀 지 석 달이 경과할 무렵이다. 이른 새벽부터 시장에 나와 그림을 그리던 그는 심한 시장기를 느꼈다. 며칠 전부터 그림에 몰두하느라 끼니를 걸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림에 대한 열정 때문인지 배고픔을 잊고 지내는 것도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갑자기 제정신이 돌아올 때 쯤이면 손이 떨릴 정도로 심한 시장기가 느껴졌다. 그는 일어섰다. 갑작스런 현기증이 덮쳤다. 눈앞은 깜깜해졌고 다시 시야가 트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자 멀리 갓 구운 빵이 김을 내뿜고 있는 진열대가 보였다. 그는 발걸음을 옮겨 빵 가게로 향하였다. 늙은 가게 주인이 주름진 미소로 그를 맞았다.
“빵을 드릴까요, 나리?”
“그러시게나, 배가 몹시 고픈데, 호밀빵이 있는지 모르겠군.”
“예, 호밀빵이라면 마침 막 구워낸 것이 나올 시간입니다. 얘야, 크리스티아노, 화덕에 구워진 호밀빵을 가져오려무나.”
“예, 아버지.”
한 젊은이가 주방에서 쟁반에 가득 호밀빵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젊은이의 등 뒤에 난 창문으로 막 떠오르는 아침 해가 붉은 햇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빛 속으로부터 앳된 젊은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레오나르도는 문득 그 젊은이의 얼굴을 바라보다 짧은 탄성을 내었다.
“오, 하느님.”
땀이 보송보송한 젊은이의 이마와 뺨은 탐스러운 분홍빛으로 빛났다. 아버지를 보며 미소짓는 입술과 이는 붉고 가지런하였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아이들의 눈처럼 순진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던 차분함과 성숙함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가벼운 미소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살짝 맴돌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레오나르도가 지금까지 찾아다니던 예수님의 얼굴, 바로 그 얼굴이었다. 잠시 숨을 멈춘 채 그는 물어보았다.
“이 아름다운 젊은이는 누구요?”
빵 가게 주인은 짐짓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제 아들놈입니다요, 나리. 이제 막 열 아홉이 되었습니다. 집안의 업을 이어받아 빵 굽는 일을 배우고 있습지요. 이제는 꽤나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놈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요?”
“아니요, 그런 것은…. 얼굴이 너무나도 온화하고 평안하여 신기해서 그러오.”
“크리스티아노는 아주 신앙심이 두터운 놈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두오모의 미사를 빠지지 않지요. 그래서 성모님께서 감사한 은혜의 그늘을 드리워 주셔서 그럴 것입니다. 또한 제법 부지런하여 제 아비의 일도 잘 도와주고 있지요. 앞으로 밀라노 사람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맛있는 빵을 만들 제빵사가 될 것입니다. 허허허.”
“그런가요? 그건 그렇고, 내 소개가 늦었군요. 나는 화가, 빈치 사람 레오나르도라고 하오.”
“아, 그러십니까, 나리? 나리의 존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산타 마리아 수도원의 벽화를 그리고 계시는 분이 아니신지요?”
“그렇소, 바로 그 벽화를 그리는 데 아드님이 모델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데, 가능하겠소? 빵 가게의 일에는 최대한 지장이 없도록 저녁시간에만 와주면 되오. 모델료는 물론 섭섭지 않게 계산해 주겠소.”
“제 미천한 아들놈이 나리 그림의 모델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나, 그래도 필요하시다면 얼마든지 데려다 쓰십시오. 수도원과 나리, 그리고 하느님께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크리스티아노도 즐거이 나설 것입니다.”
“감사한 일이오.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예수님 얼굴의 모델을 만나게 되었다. 다음날부터 레오나르도는 크리스티아노라는 젊은이로부터 예수님의 모습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