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유다를 찾아서-5

최후의 만찬의 비밀

by 파란 벽돌

그로부터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레오나르도는 두오모 시장에 머물고 있었다. 이번에는 유다의 얼굴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예수님을 떠올리지 못했을 때보다도 유다를 그리지 못하는 지금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림의 9할 이상이 그려진 지금 유다의 얼굴만 채워 넣는다면 루도비코 경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을 그릴 생각은 없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 그리고 있는 ‘최후의 만찬’은 그의 인생에 있어 이정표가 될 만한 작품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하였고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그의 인생에서 이만한 대작을 다시 그릴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의 완성을 얼마 남기지 않은, 퍼즐의 마지만 한 조각을 찾아내지 못하는 이 아침이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레오나르도는 다시 눈을 들어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사람들의 표정은 다른 날보다 더 행복했고, 활기에 차 있었다. 천 오백 년 전 유다가 느꼈을 좌절과 고뇌, 죄책감을 보여줄 만한 사람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레오나르도의 스케치북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얀 도화지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미 중천에 떠오른 햇살은 늦가을에 어울리지 않게 따스했다. 벽화를 마주보며 꼬박 지샌 지난 밤의 피로가 몰려드는 듯 했다. 잦아드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레오나르도는 몸을 누이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햇빛이 눈꺼풀을 거쳐 붉은 화면을 만들어 내었다.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 것 같았다. 그때였다.

“나리, 레오나르도 나리.”

누군가 그를 불러 깨우고 있었다. 놀라서 다시 뜬 레오나르도의 눈에 울긋불긋한 궁중 시종 복장을 입고 짙은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아, 안토니오인가? 이곳에는 어쩐 일인가?”

그는 스포르체스코 성에서 루도비코 경을 모시고 있는 시종장 안토니오였다. 그런 그가 이른 오전 두오모 시장에 나와 있다니 의외의 일이었다.

“나리를 모시고 오라는 루도비코 경의 명을 받았습니다. 새벽부터 재촉하셔서 식전에 제가 산타 마리아 수도원을 들렸었습니다. 나리를 도와드리는 수도사들이 이곳에 가면 뵐 수 있을 것이라 해서 급하게 온 것입니다. 새벽마다 이곳을 지나다니는 밀라노 사람들을 그리신다고요. 다행히 그 말이 맞았군요, 하하하. 자, 이제 화구(畵具)를 접으시고 저와 함께 성으로 드시지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루도비코 경이?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하시나? 언제나처럼 수도원 벽화 때문인가?”

“저는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어서 함께 성으로 드시지요. 루도비코 경은 기다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으십니다.”

“아, 알았네. 그러지. 나도 마침 일어날 참이었네.”

레오나르도는 안토니오가 몰고 온 마차에 몸을 실었다. 마차는 해를 등지고 서쪽으로 향하였다. 멀리 스포르체스코의 필라레테 탑이 보였다. 1494년 권력을 잡은 루도비코 경은 무역업으로 쌓아 올린 밀라노의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그의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는 수많은 벽화로 성의 내벽을 치장 중이었다. 그 아름다움은 성밖 시민들의 동경의 대상이었고, 그 화려함의 소문은 이미 밀라노를 벗어나 전 이탈리아 반도에 퍼져 있었다. 루도비코 일 모로(Ludovico il Moro, 무어 사람 루도비코)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그는 검은 피부와 건장한 골격, 그리고 매부리처럼 휜 코와 넓은 턱으로 그 강인함을 드러내고 있는 인물이었다. 10년이 걸려도 제단화 하나조차 완성하지 못하는 레오나르도로 하여금 4년만에 그 거대한 수도원 벽화를 완성시킬 정도로 무서운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레오나르도는 이미 수 차례 그에게 불려가 위협에 가까운 재촉을 받았다. 이번 호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의 레오나르도는 달랐다. 그는 더 이상 루도비코 경의 압박에 크게 겁이 나지 않았다. 일생의 역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벽화를 완벽하게 그리고 있지 못하다는 답답함이 그를 더 괴롭게 하였다. 성문을 마주한 레오나르도의 콧등으로 깊은 주름이 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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