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이 오피스텔에는 이상한 직원이 하나 있다. 내가 잠시 집을 비울 때, 혹은 몸이 안 좋아 침실에 늘어져 있을 때, 그래서 내가 차마 일어나 확인할 기력이 없는 틈을 타서 집에 들른다. 어떻게 귀신같이 그 시간을 알아내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 생활에는 남들이 내 행동을 예측할 만한 규칙성도 뚜렷하지 않다. 그렇게 흐트러진 거실을 정리하고, 부족한 물병을 들여 넣고, 냉장고 안의 반찬통도 가지런히 다시 놓고 돌아간다. 원래 오피스텔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곳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거주자를 위해 일했다.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고, 그의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 아니 그인지 그녀인지조차 모른다. 램프 속의 요정인지, 우렁각시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가 궁금하여 관리실에 내려간 적이 있다.
“관리실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퇴근이 두어 시간이나 남았는데도 인터넷 쇼핑으로 한창 옷을 고르던 여사원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노인의 커다란 목소리에 깜짝 놀라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돌아봤다.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803호 주민입니다.”
나를 실장에게 안내해야 하는지, 돌려보내야 하는지 그녀의 얼굴에 고민이 스쳐가는 사이, 넓지 않은 사무실 안쪽 책상에 앉아있던 초로의 남자가 일어나 대답한다.
“제가 실장입니다만... 무슨 일이신지요?”
붉고 퉁퉁한 얼굴, 길게 길러 가로로 횡단시킨 얼마 남지 않은 회색 머리카락, 넓고 둥근 어깨, ‘지우 오피스텔’이라는 회사 이름이 왼쪽 가슴에 노랗게 새겨진 파란 작업 점퍼, 그리고 그 헤진 소매 끝 삐죽 나온 짧고 굵은 손가락들. 그는 지금까지 몸을 움직이지 않고 뒤로 기대어 쉬고 있던 사람답지 않게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다. 아직 추위가 물러나지 않은 늦겨울에 말이다.
“제 집에 어떤 직원분이 잠깐씩 들어오셔서 집안을 정리해주시는 것 같던데 누구신지 알고 싶습니다.”
“아니, 집안에 없어진 물건이라도?”
“아, 그런 건 아니고요, 고맙긴 하지만 부담스러워서요. 부탁한 적도 없고 하니, 앞으로는 그러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려고요.”
사람 좋아 보이지만 귀찮음이 가득 묻어난 목소리로 그가 대답했다.
“저희 직원들이 어르신 안 계실 때 허락 없이 댁 안을 함부로 출입하지는 않을 텐데요. 허허허, 혹시 가족분들이 연락하지 않고 들르시는 건 아닌가요?”
“아니요. 저희 애들은 보통 저녁때 들릅니다. 모두 바빠서 낮에 들를 사람은 없거든요. 또 들르더라도 저를 만나고 가지요.”
그는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연신 혀로 입술에 침을 적시며 말을 이어갔다.
“허허허, 글쎄, 이 오피스텔에 어르신 혼자 계신 집들이 많지는 않지만, 가끔 가족분들 부탁을 받아서 한 번씩 살아계신지…,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불편해 하시는 것은 없는지 안부 인사드리는 적은 있지만서도.... 함부로 안 계실 때에 들어가 보지는 않습니다만, 쩝... 여하튼 제가 관리 직원들에게 확인은 해보겠습니다. 어르신.”
나는 사람의 눈을 보고 말하고, 입을 보고 듣길 원한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전화기 너머로의 대화로는 상대방의 본심을 알기 어렵다. 그들의 표정을 읽지 못하면 그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내려와 본 것이고, 그의 얼굴을, 몸짓을 보며 얘기했기 때문에 나는 관리실장이 그 직원의 정체를 알아봐 주지 않을 것을 알 수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