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소설] 백한 번째 사람들-3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by 파란 벽돌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을 만나본, 나 정도 연배의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이를 만나더라도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전에 알고 있던 누군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비슷한 누군가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나의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말이다. 아무리 지구상의 인구가 60억 명이 넘는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많아야 백 명 이내의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60억 명의 사람들이 마치 기껏해야 백 명처럼 말하고 백 명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나는 또 그 백 명이 앞으로 어떤 말을, 어떤 행동을 할지 대충 예상할 수 있다.


그는 내가 다니던 회사의 오 부장을 연상시킨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그저 그뿐인. 행동으로 잘 옮기지는 않는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리기 전까지는. 그리고 내 집에 드나드는 그 직원이 누구인지는 그에게 어떤 이득도, 손해도 끼치지 않을 것이다.


“병원에 자주 다니시는 것 같던데, 건강 유의하십시오, 어르신. 허허허, 말씀하신 것은 곧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약속 같지 않은 약속이 둘 사이에 이루어졌고, 그렇게 두 달여가 지난 것이다. 그리고 결국 오늘 새벽, 일이 벌어졌다.


내가 침실에서 자고 있을 때, 몸이 좋지 않아 일어나기 힘들 것을 미리 알고 들어왔다. 모든 것을 그대로 둔 채, 탁자 위에 놓인, 이 집안에서 가장 값나갈 것 같은 지갑만 가져간 사람. 나의 행동과 집안 구조를 잘 알고 있는 그 직원임이 틀림없다. 그동안과는 달리 그가 낮이 아닌 새벽에 방문했다는 것과 안 하던 도둑질을 했다는 것이 의외이긴 하지만....


그 게으른 관리실장이 미리 알아봐서 그 직원에게 언질을 주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일 아침 일찍 실장을 만나야겠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직원을 꼭 알아내서 따끔하게 혼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다. 정 안되면 현금은 가져가도 좋으니 카드 열쇠와 신용 카드라도 돌려달라고 해야겠다. 아이들에게 귀찮은 일을 다시 시키기는 싫다.


누워보려 했으나 스스로 일으킨 흥분과 분노에 잠은 달아난 지 오래다. 소파에 앉아, 최근 며칠 읽고 있던 책을 들었다. 글자는 읽히는데 의미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끄트머리 몇십 장을 읽었다. 책을 읽는 것인지 시간을 보내는 것인지 애매한 채로.... 기억도 나지 않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미 동이 튼 지 오래되었음을 깨달았다. 봄이 한참 전에 왔건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은 웬일로 아직 차갑다.

(계속)


* 소설이 재미가 없어서인지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덕분에 찐친(?)을 알게 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우리 찐친님들 모두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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