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소설] 백한 번째 사람들-4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by 파란 벽돌

갑자기 문이 열리며, 아들 녀석이 들어온다. 비밀번호로 자물쇠를 연 모양이다. 하긴 비밀번호가 1234이니까 누구라도 장난 삼아 열자면 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마저도 익숙지 않아 대신 카드 열쇠를 사용하지만. 녀석이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석 달 만에 집에 들르려는 나를 태워다 주려는 것이다. 약속한 시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 것이 미안한지 서두른 모양이다.


“제가 좀 일찍 왔네요. 가실 준비는 되셨어요? 안 되셨으면 천천히 하셔도 돼요. 제가 차 막힐까 봐 일부러 일찍 온 거니까…”
아직 잠옷을 걸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녀석은 질문하는 동안 나의 대답까지 말해버렸다.

“이제 준비하려 했는데 네가 왔구나. 잠시만 기다려라. ...그런데 내가 밤새 이상한 일을 당했구나. 갑자기 지갑이 없어졌지 뭐냐. 어젯밤에 자기 전에 분명히 탁자 위에 올려놓았는데... 안경 옆에 말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감쪽같이 지갑만 없어졌어. 거기 열쇠와 신용카드도 들어있는데. ...집안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네. 참 이상한 일이 아니고 뭐겠니?”

그리고 녀석에게 집에 가끔 들르던 이상한 직원 이야기, 새벽에 들렸던 소리, 그리고 나가보니 지갑이 없어졌던 사연들을 얘기해 주었다. 녀석은 내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TV 뉴스를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 아버지, 꿈꾸신 것 아니에요? 그런 직원이 있을 리 있어요? 있더라도 집주인 허락도 없이 남의 집을 들락거리겠어요? 어디다 떨어뜨리셨겠지. ...제가 좀 있다 한번 찾아볼게요.”
녀석은 아직도 TV에 시선을 멈춘 채 심드렁하게 말한다. 녀석은 남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아듣는 눈치이다. 남의 눈을 쳐다보며 말하지 않아도 다 이해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 내가 욕실에 들어간 사이, 녀석이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거실을 어슬렁거린다. 여기저기 들춰보는 듯 마는 듯하더니,
“아이, 진짜 없네. 어제 저녁 드시러 나갔다가 잃어버리신 거 아녜요?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진짜 잃어버리셨으면 카드 정지시켜야 하거든요.”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본다.
‘어제저녁 6시 33분에 국밥집에서 카드 계산하시고, 6시 55분에 택시비 결제하셨는데. 그 이후에는 사용한 것이 없어요. 없어졌더라도 누가 쓰지는 않았단 말이지요. 어젯밤 마지막으로 언제 확인하셨어요?’
“잠들기 전에 10시쯤. 탁자 위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잤거든. ...오늘 집에 가면 단골 이발소에 가서 머리도 깎고 하려고, 네 동생이 준 현금도 챙겨놓고 했는데. 그러니까 밤사이에 누가 왔다 간 것 같다니까. ...오랜만에 가보는 집이라서 기분 좋게 다녀오려고 했는데. 별거 아니지만, 속이 많이 상하는구나. ...내가 출발하기 전에 관리실에 좀 들려야겠다.”
“그럴 리가 있나요?”

이제 녀석의 의심도 나에게서 그 직원에게로 반쯤 넘어간 눈치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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