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특히 나는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기 싫어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몇 일 뒤면 내 생일이다.
가뜩이나 기억하지 못하는 생일이라...
나는 달력 날짜로 “오늘이 11월 1일이구나.”하며
잠시 내 생일을 떠올리고 만다.
하지만 엄마는
늘 음력 내 생일을 계산해서
달력에 표시해두고
생일 몇 일 전부터 챙긴다.
떨어져 살면서는 돈을 보내주기도 하고, 절에 내 생일밥을 해서 기도를 올리고 복을 빈다.
가끔은 내 집에 와서 진한 미역국 생일상을 차려주기도 한다.
심지어 남자한테도 받아본 기억이 얼마 없는 꽃배달을 엄마한테 생일 선물로 받았다.
엄마로 살아 온 40년 세월의 습관이기도 하고,
생일에 잘 대접받아야 잘 산다고 생각하는 엄마가 믿고 살았던 진리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엄마에게는 자기 아가의 생일이 특별한가보다.
사람의 생일은 엄마가 열 달이나 품고 있던 아가를 엄청난 고통과 함께 세상 밖에 내보낸 날이다.
엄마는 어떻게 그 고통을
기쁨으로 기억하는 걸까.
혼자 사는 딸이 아무에게도 축하받지 못할까
엄마 자신이 나보다 더 쓸쓸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 사는 내 인생이 나에게는 자유롭고 편안하지만, 엄마에게는 몇 배로 쓸쓸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엄마를 이해할 수 없을 때면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의 현실적인 버거움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나한테 평생 공짜인 엄마.
엄마가 도대체 왜 나한테 끝없이 사랑인지 궁금해질 때, 아이를 낳아 길러 보고 싶어진다.
그 끝없는 사랑, 엄마가 나를 바라보는 끝없는 사랑. 경험하기 전에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사랑.
사람은 모두 엄마에게서 나온다.
나에게서 나오는 내 아가는 어떤 아가일까.
근데 우선 난자를 냉동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