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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Dec 07. 2020

사람은 모두 엄마한테서 나온다.

나는 생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특히 나는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기 싫어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몇 일 뒤면 내 생일이다.

가뜩이나 기억하지 못하는 생일이라...

나는 달력 날짜로 “오늘이 11월 1일이구나.”하며

잠시 내 생일을 떠올리고 만다.


하지만 엄마는 
 음력  생일을 계산해서 
달력에 표시해두고 
생일   전부터 챙긴다.


떨어져 살면서는 돈을 보내주기도 하고, 절에 내 생일밥을 해서 기도를 올리고 복을 빈다.

가끔은 내 집에 와서 진한 미역국 생일상을 차려주기도 한다.

심지어 남자한테도 받아본 기억이 얼마 없는 꽃배달을 엄마한테 생일 선물로 받았다.


엄마로 살아 온 40년 세월의 습관이기도 하고,

생일에 잘 대접받아야 잘 산다고 생각하는 엄마가 믿고 살았던 진리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엄마에게는 자기 아가의 생일이 특별한가보다.

사람의 생일은 엄마가 열 달이나 품고 있던 아가를 엄청난 고통과 함께 세상 밖에 내보낸 날이다.



엄마는 어떻게  고통을 
기쁨으로 기억하는 걸까.



혼자 사는 딸이 아무에게도 축하받지 못할까

엄마 자신이 나보다 더 쓸쓸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 사는 내 인생이 나에게는 자유롭고 편안하지만, 엄마에게는 몇 배로 쓸쓸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엄마를 이해할 수 없을 때면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의 현실적인 버거움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나한테 평생 공짜인 엄마.

엄마가 도대체 왜 나한테 끝없이 사랑인지 궁금해질 때, 아이를 낳아 길러 보고 싶어진다.

그 끝없는 사랑, 엄마가 나를 바라보는 끝없는 사랑. 경험하기 전에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사랑.


사람은 모두 엄마에게서 나온다.


나에게서 나오는 내 아가는 어떤 아가일까.

근데 우선 난자를 냉동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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