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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Mar 28. 2021

일단 눈을 감고 상상.

일상이 무거워질 때면

자주 회상한다.


내 인생 처음,

달콤하고 나른했던 그 햇살 속으로.


일단 눈을 감고


캘리포니아 뜨거운 태양 아래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서 돌아와 대문 옆에 자전거를 파킹한다.


대충 늘어진 나시티에 반바지를 입고,

집 앞 풀장에 풍덩!


머리카락 한 번 멋지게 털어주고 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테라스 쪽 문으로 거실에 들어간다.


냉동고에 든 두꺼운 유리잔에 동그란 얼음 하나,

산토리 위스키 한 잔에 라인 반 개의 즙을 쭉 짜고,

페리에 한 병을 따 적당히 들이 붓는다.


빨대로 휘휘 저어 한 모금 쭈욱!

암, 하이볼은 빨대로 마셔야지.


여기까지는 실제에 과장이 가미된 상상.
  다음부터는 리얼한 회상



자전거로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은

햇빛과의 사투.


캘리포니아 뜨거운 햇살 아래 몇 달 지낸 동안,

가장 큰 변화는 햇빛 알러지.


학교에서 출발할 때부터 양 팔과 목, 얼굴에 썬스프레이를 흘러 내릴 정도로 뿌린다.


그리고 재빨리 자전거 패달을 밟는다.

주변 풍경을 즐길 시간이 없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전혀 그늘이 없거든!


서둘러 대문 옆에 자전거를 파킹하고,

대충 늘어진 옷으로 갈아 입고

아파트 앞 공용 풀장에 살포시 ‘풍덩’


보통 누군가 사용 중이므로,

내 집 풀장처럼 ‘맘껏’ 풍덩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사실은 ‘풍덩’까지는 못한다.

풀장이 그리 깊지 않아서,

잘못 뛰어들었다간 어디 하나 멍 든다.


게다가 작렬하는 태양에 익은 몸을 식히기 좋아서

‘풍덩’할 뿐, 물 속에 오래 있지는 않는다.


사실 수영을 못하기도 하고 ㅎㅎ

하지만 산토리 하이볼은 진짜다.
뜨거워진 몸을 한순간에 식히는데는
직방이라고 생각한다.

레시피는 그 때 그 때 마음대로.
어떤 때는 라임 한 알 다 때려 넣기도 하고, 어떤 때는 위스키 투 샷.
어떤 때는 시원한 페리에 맛에 마시지.


눈을 감고 상상 속에 빠져 들 때는

주로 일상 속에 어떤 순간, 잠시 잠깐이라도 어딘가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다.


나만 아는 내 인생에 공짜 햇살 속으로.

거저 주어지는 게 없던 내 인생에,

처음으로 거저 주어진 것 같았던 햇살 속으로.

 살아갈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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